【서울=뉴시스】[2016-05-19 11:34:18]
신동립 기자 = 동양 예술의 테제는 인성함양이다. 서양 예술과 달리 사상, 문화, 정치 등 사회문화 전반에서 활동한 문화 지성인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기법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동양 사상에 입각한 성숙한 인격과 품성을 중시한 이들이다.
인간의 품성과 인격을 아우르는 ‘품격’이라는 단어가 동양예술의 가치평가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동양 예술의 독자성을 잘 드러낸다. 동양 예술이 인성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암시한다.
동양 철학을 대표하는 유(儒)·불(佛)·도(道) 3대 사상을 통틀어 개괄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이 사상들을 예술과 연관해 조망하면, 관통하는 심미적 내면세계를 만날 수 있다. 유·불·도의 철학은 예술을 통해 인간의 순수 본심, 인간과 세계의 상호 감응, 나아가 인간의 세계 인식과 실천에 통합적 내용을 드러낸다.
동양 예술은 인문학에 바탕한 실천 양식을 갖추고 있다. 유가는 어그러지고 무도한 인간세계의 무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덕성함양에 주력한다. 도가는 유위와 무위의 자연세계에 스스로 안착, 동화되는 것에 경주한다. 불가는 인간계와 자연계의 무상함 속에서 온전한 불성을 깨닫는 경지로 이동시킨다. 인위적 세계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인위방식을 찾거나 무위의 세계로 마음을 옮겨 몸을 보존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유교문화연구소(소장 신정근)가 한국동양예술학회(회장 박상진)와 함께 ‘동양인의 예술과 윤리 I: 유·불·도 인성론과 동양예술’을 주제로 28일 낮 1시 성균관대 경영관 지하1층 첨단강의실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연다.
서울대 서진희 박사는 ‘위진남북조 예술사상에서 예술의 독립적 가치 확립을 위한 노력과 그 한계’를 밝힌다. 한나라까지 예술은 정치·윤리적 가치만 인정받았을뿐 예술의 독립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지만, 한나라 말기 이후 위진남북조 시기에 이르러 예술의 고유가치를 발견해 이론화하고 있다고 본다.
성균관대 정정옥 연구원은 ‘문인화의 도가미술학적 고찰’을 한다. 사의성(寫意性)이 강한 문인화에서 발현되는 창작경향성과 미의식을 도가미학으로 살핀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현대인의 선성(善性) 함양과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서울대 이원석 박사는 ‘초월과 욕구의 두 계기-소식의 본성 개념 연구’를 발표한다. 소식의 문학 작품에 나타난 본성 개념이 초월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음을 논증하면서,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동시에 비판하는 소식의 인성론에 주목한다.
성균관대 권오향 박사는 ‘기철학에서 신(神)의 작용과 동양예술’를 설명한다. ‘신’ 개념을 위진시대 이후 전개된 기철학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동양 예술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신의 공능이 동양 예술의 숭고함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예술에서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성균관대 장기준 연구원은 ‘동기창 문인화론의 도가학적 고찰’을 한다. ‘문인’ 변천과정을 개괄하고 동기창의 화론(畫論)에 등장하는 생(生)·숙(熟)·신(新), 즉 생숙 후의 또 다른 생과 숙의 개념을 바탕으로, 도가이론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대교약졸(大巧若拙)과 일맥상통하는 함의를 구조적으로 밝혀낸다.
중앙승가대 자현 스님은 ‘불교의 인성론과 중국회화예술에 끼친 영향’을 전한다. 인도불교와 구별되는 중국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 긍정’이라면서, 이러한 중국 불교의 특징이 회화에서는 남종 문인화에서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선종의 예술 정신과 중국 불교의 인성론의 가치와 영향 관계를 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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