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서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는다면 위태롭다.
- 이천승
- 조회수13540
- 2004-11-01
높은 교육열을 지닌 우리 사회에서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적극적인 학습기회를 제공받고, 정규과정 이외에도 남들과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갈수록 넘쳐나는 배움의 양에 지치고,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물음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해왔거나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혹은 폼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해야만 하는 공부였다면, 그에 따른 마음의 공허함은 커져갈 것이다.
전통시대 지식인들은 현대에 비하여 배우는 양은 적었지만 내용만은 알차게 채우고자 노력하였다. 그들은 배운다는 것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학문과 그것을 배우는 학습자가 항상 일대일로 마주해야 한다??생각하였다. 배운 내용과 그 속에 담긴 이치를 곰곰이 따져보면서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생각하고 이해했던 것이다. 맞고 틀림, 혹은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을 능동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지식의 축적에 불과하다. 앵무새처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그러한 배움이란 자신에게 분명한 인상으로 남는 것이 없으므로 막막하고 여전히 어두운 상태로 남게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스스로 생각만할 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배우는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검증받지 못한 주장은 때로는 주관적 편견이나 학문적 체계를 결핍하기 때문에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움과 생각함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경우에 생기기 쉬운 어둡거나 위태로운 폐단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치 두 날개로 하늘을 날고 있는 새처럼 두 가지를 균형있게 유지해 나가는 학문자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침돌이 될 것이다.
배움이라는 쾌속열차를 타면서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시작해보자. 자신을 뒤돌아보는 여행의 길잡이로 유교문화연구소에서는 매주 유교 경전 1구절씩을 게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오??여기에 서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罔 : 어두울 망, 殆 : 위태로울 태.]
# 출전 : 『논어』「위정」
# 내용소개 : 이천승(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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