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자율적 인간(군자)이지 않겠는가?
- 신정근
- 조회수11424
- 2004-12-02
어린 시절 부모님이 하는 단골 잔소리 목록으로는 “세수를 깨끗이 해라”, “쌈 좀 마라”, “책상 정리정돈을 제대로 해라” 등이 있다. 우리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안 한다기보다 자신이 꼭 해야 할 필요나 동기를 못 찾기 때문에 세수도 대충하고 책상도 있는 대로 내버려둔다. 어느 날 책상을 말끔히 청소해놓았을 때 부모님이 몰라주면 괜스레 서운한 느낌이 든다. 자기 책상이 자기가 정리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쉬어져 좋은데도 말이다. 사람에게는 어떤 행동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 칭찬 받으려고 선물을 했다가 좋은 소리를 못 듣는 체험을 우리는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아마 이럴 경우 사람은 보통 크게 상심하고 낙담해서 다시 문제의 인물에게 선물을 안 하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군자는 선물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군자는 보통 사람과 격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도 제 스스로 좋아서 어떤 일을 할 경우 누가 인정을 해주거나 안 해 주거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 봉사나 나눔 활동을 할라치면 오히려 칭찬을 받으면 뭔가 어색하다. 왜냐면 제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거나 뿌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더라도 인간인 한 승인 욕구가 완전히 없어 질 수 없다. 오히려 승인 욕구가 병적 지배욕으로 전개되는 경우 그 사람은 생활 세계의 폭군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성인이라면 사람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는 인기성 평가나 외교적 발언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黴탔?정당화 가능성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할 것 같다. 군자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남에게 맡기지 않고 제 스스로 기준을 결정하면서 앞길을 개척하는 자율적 인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군자는 특별한 위인이라기보다 여기저기 삶의 현장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시민을 가리키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남의 입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더 믿고 사랑해야겠다.
[ 慍 : 성내다 온, 君 : 다스리다(임금) 군.]
# 출전 : 『논어』 「학이」
# 내용소개 : 신정근(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