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勿忘, 勿助長
<해석> 잊어버리지도 말고, 자라는 것을 억지로 도와주려고도 하지마라.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반드시 일 삼음이 있되, 마음으로 기필(期必)하지 말며, 잊어버리지도 말고, 자라는 것을 억지로 도와주려고 하지도 말아서, 송나라 사람처럼 하지 마라[必有事焉, 心勿正, 勿忘勿助長, 無若宋人然]”는 문장에서 나왔다. 여기서 송나라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막 패기 시작한 벼이삭을 손으로 뽑아 올려서 억지로 그 성장을 도우려고 하는 알묘조장(揠苗助長)의 행위’ 때문에 농사를 망치고 마는 농사의 문외한이다. 이 말은 우리의 심성을 함양하는 방법을 농작물 재배하는데 빗댄 것이다. 우리의 심성도 ‘물망물조장의 마음가짐’을 지닐 때만 제대로 함양할 수 있다고 본다. 심성함양을 위해서는 방심(放心)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긴장이 너무 지나쳐 조바심해서도 안 되며, 늘 각성된 마음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알묘조장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조바심하는 심리상태에서 나온다.
이 물망물조장이 곧 경(敬)이다. 여기서 경이란 ‘몸과 마음을 수렴(收斂)하여 제 자리에 두고, 의식을 각성시켜서,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성리학에서 경은 수기(修己)가 완성된 성인(聖人)이 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부법이다. 이 가운데 ‘몸과 마음을 수렴하면서 의식을 각성시키고, 나아가 집중력과 의지력을 배양하기 위한 공부방법이 정좌수련(靜坐修練)이다. 이처럼 정좌수련에 의해 집중력[의지력]을 배양하고 활용하면, 상대방이나 대상물에 대해 생각이 일어났을 때 정신을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궁리(窮理)를 극진히 하고 의를 실천[行義]할 수 있다. 그러면 순선(純善)한 심성인 도심(道心)을 확보하여 수기를 완성시킬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물망물조장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데는 정좌수련으로 집중력[의지력]을 배양해 두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정좌수련의 방법은 흔히 조신(調身), 조식(調息), 조심(調心)으로 설명되며 특히 호흡명상의 일종인 조식이 중요하다. 정좌수련에 의한 물망물조장의 경으로 우리의 심성을 함양할 때, 우리는 집의(集義) 곧 적선(積善)을 통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서 드디어 어떠한 외부의 유혹도 물리칠 수 있는 대장부(大丈夫)의 정신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정좌수련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정좌수련법에 의하여 물망물조장[경]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때 배양된 집중력[의지력]은 ‘모든 정신문화의 쌀’로서 물망물조장의 마음가짐 뿐 아니라 오늘날 인성교육에서 강조하는 창의적 인성의 바탕으로 활용된다. 이에 대학생들에게 우리 선현들이 즐겨 수행했던 정좌수련법에 대한 관심과 이것의 습관화를 권유하고자 한다.
<출전> : 『맹자』, 「공손추」상
<집필자> : 손병욱 /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