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罪己則無尤
<해석>
자신에게 죄를 돌리면 허물이 없다.
<내용>
공자는 평생 실천해야 할 한 가지를 묻는 자공의 질문에 ‘서(恕)’를 대답으로 제시했다. ‘서’는 사람들을 대할 적에 자신의 마음을 기준으로 삼아,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고 처신(推己及人)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당부한다.
신념과 사상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내가 받아야 할 비난이 싫다면 같은 이유로 타인을 미워하거나 증오해서는 안 된다. 또 내 아이를 먹일 때의 심정으로 남의 아이들을 대한다면 세상에 굶주린 어린이들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이 ‘서’만 잘 실천해도 세상 대부분의 다툼과 불행은 아예 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분쟁과 상처받은 마음에는 한 발 물러서서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옳고 그름을 가려서 그 원인을 규명하는 ‘정의’는 현대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자세는 사회보다는 개인의 양심과 심성에 관련된 문제이다. 곧 사회 자체보다는 사회 구성원들 개개인의 인격 성장과 자질의 향상에 필요한 자세인 것이다.
“자신에게 죄를 돌리면 허물이 없다.”라는 장재의 말에는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교정하여 영혼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그 이면에는 ‘기(氣)’를 만물의 본체로 삼아 유가의 체계적인 우주론을 수립하려는 사상적인 배경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철학자로 알려져 있는 장재(張載, 1020~1077)는 사람들이 각기 타고난 기질의 차이를 ‘기’로써 설명한다. 사람이 총명하고 우둔하거나 선량하고 난폭한 차이 등은 인간의 몸이 만들어질 때 배합된 ‘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물과 달리 인간은 누구나 하늘이 부여한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장재는 기질의 변화에 따른 본성의 회복을 주장했다. 이것이 장재가 교육과 예(禮)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재는 “학문에서 얻는 큰 이로움은 스스로 기질의 변화를 구하게 됨에 있다.”(爲學大益, 在自求變化氣質)라고 말했다. 또 “배움은 남을 탓하지 않음에 이르는 것이 학문의 지극함이다.”(學至於不尤人, 學之至也.)라고도 했다.
분명 잘못한 이가 따로 있는데도 내 자신에게 잘못을 돌리는 행위는 사회정의와도 맞지 않고 또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장재에 따르면 이처럼 나를 탓하는 자세는 내 인격의 성장과 본성의 회복을 도모하기 때문에 결국 나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또 허물없는 개인들로 사회가 채워진다면 결국엔 구태여 목청 높여 사회정의를 부르짖을 일 또한 저절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출전> : 張載,『正蒙』, 「有德」
<집필자> : 모영환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양현재 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