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積羽沈舟,群輕折軸.
<해석> 가벼운 깃털도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사람도 많이 타면 수레축이 부러진다.
작년에 한국사회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인재가 불러온 미증유의 재앙을 경험하였다. 그 사건은 우리에게 '관피아', '해피아' 라는 유행어와 함께 한국 사회에 그동안 만연해 있던 어두운 그림자를 백일하에 드러내 주었으며 많은 것을 통렬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세월호 침몰은 미세한 차이가 결국 천리의 거리처럼 매우 현격한 오류를 낳는다[毫釐之差 謬於千里]'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평소에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기 보다는 완만하게 관례나 통속화되어 온 인습을 따르는 일이 쌓이면서 커다란 오류를 낳는 일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습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한마디로 정의하였다. "사람의 본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성이 그것을 크게 달라지게 한다"[性相近也, 習相遠也]는 것이다. 맹자는 「진심(盡心)」에서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선을 행하는 사람은 순임금의 무리이고, 열심히 이익을 꾀하는 사람은 도척의 무리이다"고 말하였다. 공자와 맹자의 말은 평소에 사람이 선을 꾀하는데 열중하느냐 아니면 이익을 꾀하는 데 골몰하느냐에 따라 순임금과 도척과 같이 현격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2100여년 후에 한국에서 세월호가 침몰할 것을 예상한 듯한 이야기를 「장의열전(張儀列傳)」에서 하고 있다. 그는 소진(蘇秦)이 합종책을 강구하고 있을 때, 진나라를 중심으로 연횡책(連橫策)을 설파하러 위나라 애왕(哀王)에게 유세를 하면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위나라는 진나라를 섬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였다. 이 때 장의는 합종책의 장점을 말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반복하여 하는 말의 해악(害惡)을 비유를 통하여 표현하였다. 그는 "가벼운 깃털도 쌓으면 배를 가라앉히고, 가벼운 사람도 많이 타면 수레축이 부러진다. 많은 사람의 입은 무쇠도 녹이고, 많은 사람의 비방은 뼈를 없어지게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이 반복하여 쌓이면 부지불식간에 커다란 재앙으로 바뀐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말이 『주역』에도 나온다. 「곤괘」 처음 음효는 "서리를 밟으니, 어느덧 두꺼운 얼음이 이른다[履霜堅氷至]"라는 효사로 되어 있다. 이것은 10월을 지나 음기(陰氣)가 아래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에 엄동설한이 되어 두꺼운 얼음이 어는 것처럼 좋지 않은 악을 행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라고 어느덧 습관이 되어 커다란 재앙을 낳을 것임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말이다.
반면 순자(荀子)는 「강국(强國)」 편에서 사소한 악이 쌓여 커다란 재앙을 낳는다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말로 '재물과 보화는 큰 것이 중요하지만, 정치적 공적과 명성은 소소한 것을 쌓는 것이 빨리 이루는 길이다'[積微速成]고 하여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로 보이는 것을 매일 열심히 행하는 것이 왕자(王者)가 정치적 공적을 이루는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2015년 우리는 순자의 말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반성하면서 실천하여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행복을 중시하고 사회적으로는 조금씩 정의(正義)를 쌓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출전> : 『사기』 「장의열전(張儀列傳)」
<집필자> : 엄연석 /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