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해석> 물에는 근본과 말단,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하고 뒤에 할 바를 알면 진리에 가까운 것이다.
나무에 뿌리가 있고 가지가 있듯이, 모든 사물에는 근본적인 것과 지엽말단적인 것이 있다. 또한 집을 지을 때 기초를 다진 후에 기둥을 세우듯이 어떤 일이든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의 차례가 있다. 따라서 사물의 가치를 비교함으로써 그 경중(輕重)을 분별하고, 일의 조리(條理)에 따라 그 순서를 헤아릴 줄 안다면 진리에 이르게 된다. 사소한 것보다 본질적이며 중요한 것을 먼저 선택하고, 사물의 이치상 먼저 해야 할 일을 앞세우는 것이 진리를 따르는 지혜로운 삶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자기 나름의 원칙에 따라 선택한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겠는가?
첫째,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해야 할 것들 중에 어느 것이 더 근본적인 것인지, 보다 더 핵심적인 것인지, 더 중요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돌을 손으로 막는 것은 당연하고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손보다 머리가 더 중요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다. 옳은 행위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하나, 어떤 행위를 선택할 때 의존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원칙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둘, 개인의 행위가 관련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 개인이 한 행위에 대하여 그 자신은 물론 부모나 이웃 그리고 사회가 시인(是認)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물의 이치에 따라 일의 선후를 결정하는 것이다. 장기를 두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장기를 잘 두려면 먼저 각 말들이 가는 길을 알아야 하고, 다음으로 그것들을 잘 활용하는 전술을 배운다. 문장을 잘 짓기 위한 원칙은 먼저 가능한 많은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그 후에 문법을 익히고 문장 작성법을 배우는 것이다.
올바른 삶이란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신의 이익과 파당을 위해 거짓과 위선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무리들로 인해 진리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이기심과 물욕 그리고 쾌락을 조장하는 사회적 풍조는 개인을 더욱 부패와 타락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이 때 증자(曾子)가 “타인을 위해 일을 할 때 충성하였는가, 친구와 교제할 때 신의를 지켰는가, 배운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論語』 「學而」)라고 매일 스스로 반성하였던 말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전> : 『大學』
<집필자> : 박연수 / 육군사관학교 국어철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