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君子憂道, 不憂貧.
<해석> 군자는 도를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용>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군자의 개념은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데 화가 나지 않는 것은 보통 사람의 수준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이다. 그래서 군자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이 글 역시 보통 사람에게 가난을 걱정하지마라고 하면 욕먹을지도 모른다. 그 만큼 가난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그 무서운 가난도 진리를 얻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가난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군자라는 것이다. 도대체 ‘도’란 무엇이길래 가난을 즐기면서도 얻어야 하는 것인가?
『논어』에서 공자의 ‘도’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구절은 증자와 질문과 대답 속에 나온다. 공자께서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써 관통한다”라고 하자 증자는 “예”라고 했다. 공자는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증자가 하나에 대한 대답으로 ‘충서(忠恕)’라고 했다. ‘충’이란 자기의 내면을 진실로 꽉 채우는 것이고, ‘서’란 꽉 채워진 내면의 힘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펼치는 것이라고 뒷날 ‘주희’는 풀이하고 있다.
이 풀이에 근거해서 공자의 도를 정리하자면 자신에게도 진실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내면에 진실이 꽉 차서 밖으로 넘쳐흐를 것이다. 넘쳐흐르는 향기를 맡기 위해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항상 외롭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은 심지어 점심 같이 먹을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혼자만의 삶을 추구해 왔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계속 살면 그 끝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더 이상 끔찍한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이제 공자의 말씀대로 ‘도’를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 그렇게 되면 저절로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할 일은 나이 많은 분들은 편안하게 해주고, 친구들은 믿음을 주고,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감싸주면 된다고, 공자는 언급하고 있다. 점점 살벌해지는 이 시대에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논어』를 열심히 읽고 실천하는 것이 우리들 각자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출전> : 『論語』 「衛靈公」
<집필자> : 송봉구 / 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