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狂而不直, 侗而不愿, 悾悾而不信, 吾不知之矣.
<해석>
제멋대로 굴며 정직하지 않고, 어리석으면서 성실하지 않으며, 무능하면서 미덥지 않은 사람을 나는 모르겠다.
<내용>
광(狂)이란, 뜻이 너무 커서 작은 예절 따위는 무시하면서 제멋대로 산다는 뜻이다. 통(侗)이란, 아는 것이 없어 어리석다는 뜻이다. 공공(悾悾)이란, 타인에 비해 능력이 떨어져 무능하다는 뜻이다. 공자는 이러한 사람들을 ‘모른다[不知]’고 했다. 여기서 ‘모른다.’는 말은 단순히 ‘알지 못한다.’는 뜻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지낼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없을 수가 없다. 공자가 어찌 그걸 몰라서 한 말이겠는가? 이 말의 핵심은 각 문장의 뒤에 있는 곧음·정직[直], 성실[愿], 신뢰[信]에 있다. 공자가 제시한 것은 이러한 병통에 대한 해결책인 것이다.
작은 예절을 무시하면서 제멋대로 사는 사람은, 최소한 곧고 바른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그러한 돌출행동도 그나마 용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나마 자신이 성실로써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그 어리석음이 야기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해결하려고 들 것이라는 말이다.
무능한 사람은 적어도 미덥다는 신뢰 정도는 줄 수 있어야 사람 구실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자는 세 가지를 나누어서 말했지만, 사실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이 세 가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거의 동시에 드러난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하나는 되고 나머지는 잘 되지 않는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사람이라면 누군들 이러한 병통이 없겠는가? 하지만 곧음·정직과 성실과 신뢰가 있으면 웬만한 결점은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사회다.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어떤 특정한 덕목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이에 곧음·정직과 성실과 신뢰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갈등과 과오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출전> : 『論語』 「泰伯」
<집필자> : 김익재/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