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君子可以寓意於物, 而不可以留意於物.
<해석>
군자는 사물에 뜻을 부칠 수 있으나 뜻을 머물게 하면 안 된다.
<내용>
소식(蘇軾 1037~ 1101)은 사물을 대하는 군자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자기의 뜻을 부칠 것인가[寓意] 아니면 자기의 뜻을 머물게 할 것인가[留意]의 선택에서 우의(寓意)할 것을 권장한다. 이 구절은 송나라 영종의 부마도위(駙馬都尉)가 된 왕선(王詵)이 서화(書畵)를 보관하는 보회당(寶繪堂)을 짓고, 소식이 그림과 글씨를 온전히 즐기면서도 병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써 준 「보회당기(寶繪堂記)」의 첫 구절이다. 우의와 유의(留意)의 의미를 잠깐 살펴보면 우의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서양의 알레고리(allegory)처럼 대상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유의는 대상에 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마음에 두어 잊지 않고 새겨두는 것을 뜻한다. 대상에 대한 마음을 ‘곁에 두는 것’과 ‘새기는 것’의 선택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소식은 『노자』의 구절[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田獵令人心發狂]을 인용하여 오감(五感)의 지나친 집착으로 생긴 유의에 대한 염려와 그 병폐를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를 가지고 있다. 「보회당기」에서 유비(劉備)는 재능이 출중했지만 깃털로 장식물 짜기를 좋아했고, 완부(阮孚)는 호방한 사람이었지만 나막신에 밀납칠 하기를 좋아했다고 되어 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일생동안 싫어하지 않고 즐기는 운치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무슨 이유에서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자기 계발과 마음 치유를 위한 즐거움이라면 돈과 시간이 무슨 문제가 될까? 하지만 유행에 민감한 우리는 타인보다 뒤처지기를 싫어하고 또는 타인의 취미와 취향을 주관 없이 받아들이는가 하면 자기 것인 마냥 가로채기도 한다. 볼거리, 먹을거리는 물론 가볼 곳도 많아진 요즘, 체험이라는 보기 좋은 이름으로 포장된 것에 우리는 현혹된다. 타인이 하면 꼭 해야만 하는 고집을 부리고, 하지 않으면 타인으로부터 소외됨을 두려워한다. 진실한 자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진정한 자기는 온데간데없고 타인의 뒤꽁무니만 따라가는 자기를 발견하게 될 때가 많다. 남들의 취미와 취향에 따라 휩쓸려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는 유비와 완부의 진정한 즐거움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불만 좇는 불나방의 모습으로 말이다.
소식 자신 또한 과거에는 서화에 유의했던 고민을 이야기했다. 유의를 열정과 신념으로 풀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 지나친 과욕은 부릴 일이 아니다. 일시적인 열정과 신념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정한 즐거움을 찾는 여유와 즐기는 멋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하리라 믿는다.
<출전> : 『東坡論畵』, 「寶繪堂記」
<집필자> : 김자림 / 인문예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