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畵者謹毛而失貌, 射者儀小而遺大.
<해석>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털 하나하나에 집착하면 전체 모습을 잃지만, 활 쏘는 사람은 작은 것을 노리고 큰 것을 버린다.
<내용>
어떤 일을 진행할 때에는 그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회남자』, 「설림훈」에서는 그림 그리는 법과 활 쏘는 법을 통해 이치에 맞고 합당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畵者謹毛而失貌,’에서 毛〔털〕는 세부를 뜻하고, 貌〔얼굴〕는 전체를 뜻한다. “털 하나하나에 집착하면 전체 모습을 잃는다.”의 의미는 그림을 그릴 때 세부적인 것에만 집착하면 전체적인 형태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은 세부적인 것과 전체적인 것의 조화이기 때문에 화가는 부분적인 형상과 전체적인 화면의 관계를 조화롭게 처리해야만 한다. 이와는 반대로 “射者儀小而遺大.”에서는 활을 쏠 때 작은 곳을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한다. “작은 것을 노린다.”의 의미는 활을 쏠 때 작은 곳을 집중해서 봐야 잘 명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녁의 중앙보다 전체를 보고 쏜다면 화살이 과연 과녁의 중앙에 명중이 될 수 있을까?
굳이 그림그리기와 활쏘기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예는 많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사람들은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고 조언한다. 부분적으로 보고만 있으면 정세를 읽지 못하고, 정세를 읽지 못하면 대국에서 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구에서 타자가 투수의 공을 칠 때 투수가 던지는 공에 집중하지 않고 주변만 본다면 타자의 공을 잘 칠 수 있을까?
물론 가까이 보면서 멀리 보는 농부도 있다. 모를 심을 때 줄과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좁게 심으면 식물이 자랄 때 서로 방해를 하거나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잘 자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농부들은 모 하나하나를 심다가도 가끔씩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 전체를 살피며 바람도 쐬고 휴식도 취하며 모를 일정하게 심는다. 그래야 모가 잘 자라고 무리한 일로부터 농부의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를 심을 때 전체만 보고 모 심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모는 제대로 심어지지 않아 논 위를 떠다니게 될 것이다. 세부와 전체 중 그 어느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 집중과 여유도 없이 신속하게 일처리를 하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 잃어 가는 것일까? 신속함이라는 욕심과 욕망 때문에 우리는 제때의 적절한 방법을 무시한 채 달리고만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모든 일을 조화롭게 처리하지 않아 종종 많은 것을 놓치고, 잃어버림과 동시에 사람들은 후회를 하게 된다. 후회를 한다는 것은 이미 일의 잘못됨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출전>: 『淮南子』, 「說林訓」
<집필자>: 한영균/ 인문예술연구소 연구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