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日月逝矣, 歲不我延.
<해석>
해와 달이 흘러가는구나, 세월은 내가 늘이지 못한다네.
<내용>
유한한 인생 속에서 사람은 유의미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 과거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학(學:배움)”이라는 글자에 그러한 목표를 향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담아냈다.
전통 시기 중국의 옛 글 가운데 참된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모아놓은 『고문진보(古文眞寶)』는 여러 편의 권학문(勸學文), 즉 배움을 권하는 글로 시작한다. 그 가운데에는 남송(南宋)의 학자 주희(朱熹, 1130~1200)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 유학(儒學)의 이상을 실현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주희는 해와 달이 매일 뜨고 지듯,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영원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오늘 배우지 않고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해와 달이 흘러가는구나, 세월은 내가 늘이지 못한다네. 아, 늙었구나!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주문공권학문(朱文公勸學文)」 전문(全文)
시간은 마치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다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배움이라는 의지적 행위로 오늘들을 채워나갈 때, 그 노력은 우리에게 후회 없는, 나아가 사뭇 다른 삶의 지평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배움의 내용은 사서삼경(四書三經)으로 대표되는 유학 경전에 실려 있는 덕목들, 대표적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와 효제(孝悌)에 대한 앎과 실천이었다. 조선이라는 과거 역사를 통해, 문화의 일부로서 이러한 가치들과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는 현재에도 유효한 측면을 유학 전통에서 발견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우리의 관심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고 치열했던 그들의 고민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들이 내놓은 인간과 인생,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한 성찰은 지금의 우리가 쉬이 간과할 수 없는 배움의 전승과 축적 위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하루하루의 배움을 통해 치열하게 살아감으로써, 길지 않은 우리의 삶을 보다 의미 있는 차원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던 한 동아시아 지식인의 배움으로의 독려는, 조금 더 나은 세계로의 변화를 꿈꾸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
<출전> : 『古文眞寶』 「勸學文」
<집필자> : 강경현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