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國必自伐, 而後人伐之.
<해설>
나라는 스스로를 정벌한 연후에야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정벌하는 법이다.
<내용>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아서 정복당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렇게 되면 그 나라의 모든 것은 침략자의 차지가 된다. 모든 국민은 그들의 노예 신세를 면할 수 없다. 특히 언어와 문자, 습속과 문화가 다른 이민족에 의한 정벌과 지배가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자기나라의 고유성을 부정당하고 전혀 이질적인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가 지난 일제 36년간 국권을 침탈당하여 어떠한 삶을 살았던가를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가? 맹자는 그 원인을 전적으로 그 나라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외부의 침입은 스스로 자초할 뿐이라는 것이다. 내부적인 갈등과 분열이 제때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면 국력의 약화를 초래하며, 이때 이웃의 상대적으로 강한 외국은 기회를 틈타 침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한다. 이는 국가 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 남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경우도 그 모욕은 스스로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상황을 맹자는 “사람은 스스로를 모욕한 연후에 남이 그를 모욕한다[人必自侮然後人侮之]”라고 표현하였다.
우리는 과거 중국 한족에 의해서도 침입을 당하여 고초를 겪은 경험이 있다. 한사군(漢四郡)의 지배가 그것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 특히 일본인들의 무사도(武士道) 정신은 강약(强弱)의 논리에 입각하고 있다. 상대가 약하다고 여겨지면 언제든지 상대를 공격하여 지배하려고 하는 그들의 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불변적이다. 일본에게 침략당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길은 그들보다 강해지는데 있다.
지금껏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은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하는데,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로 독도를 자국영토라고 주장할 때마다 우리는 일본이 우리를 여전히 우습게 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말은 다시 구한말의 상황이 되면 그들은 서슴없이 제2의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할 것임을 의미한다. 독도가 미국 땅이라면 일본이 감히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겠는가? 우리 위정자와 지식인들은 이 점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주장에서 일본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우리의 내부를 되돌아보고 챙길 수 있는 현명함을 지닌다면 이런 주장은 우리에게 도리어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집요한 동북공정에서 우리는 중국의 속셈을 읽고 그들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우리의 자세에서 도리어 일본과 중국을 우리의 최대현안인 평화적인 남북통일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본다. 또한 맹자의 이 말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엄중한 위기상황인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나아가 위기의식을 갖고 매사 철저하게 대비할 것을 우리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하겠다.
<출처> 『맹자』 「이루상(離婁上)」
<집필자> 손병욱/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