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天行, 健. 君子以自彊不息.
<해석>
하늘의 움직임은 건실하다. 군자는 이에 따라 굳세기 위해 자발적이고 쉼 없이 분발한다.
<내용>
하늘은 인간의 머리 위에 있는 높은 곳이다. 물리적 공간으로서 하늘은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등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제반 요소의 발원지다. 때문에 고대 동아시아에서 하늘은 다만 물리적 높이만 강조되는 것을 넘어 그 아래 사물들을 양육하고 주재하는 가장 귀한 존재로서 의인적으로 개념화된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부름으로서 ‘하늘 명령(天命)’과 그것을 집행하는 유일자로서 ‘하늘 아들(天子)’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은 고대 동아시아에서 특히 돋보이는 유비적 신체적 언어관에 기초하고 있다. 인간은 신체의 구조에 유비해서 외부의 공간과 현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언어화했다. 우리가 ‘높은 사람’, ‘높은 자리’, ‘고귀함’, ‘고상함’ 등으로써 공간적으로 높은 곳에 있는 것을 ‘좋은 것’과 결합시키는 가치 이해의 방식은 다름 아닌 인간의 신체 가운데 머리의 위치와 중요성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정신과 의식의 근원으로서 머리는 그 중요성만큼 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함으로써 ‘높은 것은 좋은 것’이라는 보편적 인식의 계기가 된다.
인간의 머리에 유비된 하늘의 특성은 무엇보다 항상성이다. 따라서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상전(象傳)에서는 하늘의 움직임은 건실해서 그침이 없는데 이것이 바로 건괘(乾卦)의 표상이다. 실무능력과 정치적 자질이 있는 사람은 튼튼한 하늘의 운동성을 표상한 건괘를 본받아 분발을 자각한 다음 그것을 끝내 멈추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다름 아닌 튼튼한 하늘의 운행을 지상의 세계로 이관하는 매개로서의 군자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다. 윤리적 인간형으로서 군자는 현대사회로 치환해서 보면 실무능력(才)과 정치적 자질(德)을 갖춘 인간이다. 말하자면 그는 하늘의 질서와 윤리를 인간의 땅에 실제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천자의 공무원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질서를 구현하는 최전방에 선 군자는 꿋꿋하기 위해 스스로 쉼 없이 분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군자가 지향해야하는 굳셈은 노자(老子)가 말한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강함이다(自勝者强)”와 통한다. 남을 이기고 남을 제치는 능력이기보다 자기의 사적 욕망을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보편적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과 통한다. 군자의 윤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능동적인 자기수양으로서 수신인 것이다. 군자가 지향하는 자발적 강함과 통하는 수신은 현대 한국의 교육에 만연한 극단적 자기계발의 노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있다. 한국의 교육은 자본화가 인간화를 대신하고 있다. 군자의 수신을 통해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의 기본적인 의미와 목적을 되새기고, 이미 규정된 사회적 행복을 독차지하기 위해 문화적 자본의 확충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의 형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출전> : 『주역(周易)』「건괘(乾卦)」 상전(象傳)
<집필자> : 정석도_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