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言行, 君子之樞機
<해석>
언행은 군자의 지도리이다.
<내용>
지도리는 ‘문지도리’라고도 하고, ‘돌쩌귀’라고도 한다. 문짝은 이 지도리를 회전축으로 삼아 열리고 닫힌다. 그러므로 지도리는 문의 가장 중추가 되는 요소, 즉 추기이다.
이 명구는 『주역』 「계사상」 제8장 제2절의 “말은 한 몸에서 나오지만 백성에까지 두루 미치고, 행위는 가까이서 발동하지만 먼 데까지 효력을 미친다. 언행은 군자의 지도리(중추)이고, 지도리는 곧 영예와 욕됨의 근원이다. 언행은 군자가 천지를 변동시키는 근본 힘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리요[言出乎身, 加乎民; 行發乎邇, 見乎遠. 言行, 君子之樞機; 樞機之發, 榮辱之主也. 言行, 君子之所以動天地也, 可不慎乎?]”에 전한다. 중부(中孚)괘 구이(九二) 효인 “학이 그늘에서 울자 그 새끼가 따라 운다; 나에게 좋은 술잔이 있으니 그대와 쓰고 싶도다[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에 대한 해석이며, 「소상전」에는 “그 새끼가 따라 우는 것은 마음속에서 우러나기 때문이다[其子和之, 中心願也]”라고 하였다.
중부괘의 구이 효는 학의 어미와 새끼가 서로의 울음을 주고받으며 평화스럽게 교류하는 모습을 군신 간의 일치된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투사하고 있다. 노래를 합창할 때, 누군가가 먼저 부르면 그것이 곧 창(唱)이며, 이 창을 곧이어 따라 부르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 창과 화는 보통 군덕(群德)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해된다. 또 ‘좋은 술잔’(好爵)은 사실상 작위나 벼슬을 상징한다. 임금과 신하가 이 잔(작위)을 함께 누린다는 것은 바로 ‘군덕’(郡德)을 상징하는 것이다. 중부 괘 구이 효는 바로 군신 간의 군덕을 상징한다.
군덕이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일을 할 때 그 성공을 위하여 개개인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언행 상의 미덕이다. 또한 이러한 미덕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다. 군체나 집단이 그 업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일성과 일사불란함이 필수적이다. 이 통일성과 일사불란함은 마치 노래를 합창하는 예에서처럼 말과 행위상의 교류가 ‘창화일치’(唱和一致)의 통일성을 마음속으로부터 이루는 데에서 시작된다.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등의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노력과 협력 체계가 더욱 필요한데 이것은 보통 ‘조직’을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종의 ‘관계’를 통해 그들의 의사를 교류하고 협력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의사 교류의 수단은 바로 ‘말’과 ‘행위’이다. 『대학』에 “한 마디의 말로 일을 망친다[一言僨事]”라는 말이 있고, 『주역』에 “혼란의 발생은 바로 언어를 계단 삼아 타고 온다[亂之所生也,則言語以為階]”는 말이 있다. 이는 말과 행위가 쌓여 인생 전체의 운명을 가르는 길과 흉을 부르는 중추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행이 군자와 같은 실천주체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명언이다.
<출처> : 『주역(周易)』 「계사(繫辭)」 상(上)
<집필자> : 박영우_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