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不遠復, 无祗悔, 元吉.
<해석>
멀리 가지 않아 돌아와서 후회함에 이르지 않으니, 크게 길하다.
<내용>
‘멀리 가지 않아’는 선하지 않은 마음이 있음을 말한다. 인간은 모두 선하지 않은 마음이 있다. 시기심, 탐욕 등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선하지 않은 마음이다. 이렇게 선하지 않은 마음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이 더 지나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돌이키는 것이 ‘멀리 가지 않아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불교에도 “생각 한 번 돌리니 그곳이 피안이더라[回頭是岸].”라는 말이 있는데, ‘멀리 가지 않아 돌아오다.’라는 말과 서로 통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멀리 가지 않아’는 선하지 않은 마음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선하지 않은 언행을 뜻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선하지 않은 언행을 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그 선하지 않은 언행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돌아온다면, 그 언행으로 인해 후회함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선하지 않은 마음과 언행을 하게 되지만, 그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사람은 평소에 자신을 수양한 사람이다. 즉 수신(修身)한 사람만이 능히 그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수양을 통해 후회함에 이르기 전에 상황을 돌이킬 수 있다면 결국 크게 길할 것임을 『주역(周易)』은 강조한다.
공자는 이와 같이 멀리 가지 않아 돌아올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자로 안회를 들고 있다. “안씨의 아들은 거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선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일찍이 알지 못한 바가 없었고 그것을 알았다면 일찍이 다시 행하지 않았다(顔氏之子,其殆庶幾乎.有不善,未嘗不知, 知之,未嘗復行也.)” 이는 『논어』에 나오는 ‘안회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不貳過)’는 말과도 그 의미가 서로 상통한다.
여기에서 다시 ‘멀리 가지 않아’라는 말의 의미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말은 우리 인간은 모두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나 선하지 않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주역(周易)』 복괘(復卦) 초구(初九)의 이 효사(爻辭)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말이기도 하다.
주자는 14살에 부친을 여의고 부친의 지인인 유자우(劉子羽)에 의탁하게 되는데, 유자우의 동생이자 주자의 스승인 병산 유자휘(劉子翬)는 임종 전 주자에게 이 ‘불원복(不遠復)’ 세 글자로 가르침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주자는 스승이 내려주신 이 세 글자를 평생 동안 마음에 잘 새겨서 대학자가 될 수 있었다. 현재 중국 복건성 무이산시 오부리(五夫里)의 주자고택인 자양루(紫陽樓) 내의 여러 편액 중 하나가 바로 이 ‘불원복(不遠復)’이다.
<출 전> 『주역(周易)』 복괘(復)
<글쓴이> 임재규/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