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以疑決疑 決必不當
疑(의) : 의심하다 決(결) : 결정하다 當(당) : 마땅하다
〈해석〉
애매한 근거로 애매한 판단을 하면, 반드시 엉뚱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내용〉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응당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순자(荀子)는 이에 대해 매우 적절한 얘기를 하고 있다. 애매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면 반드시 엉뚱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근거와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충분한 정보만 있으면,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아니다. 아무리 정보가 풍부하더라도 판단 당사자의 확고한 정견(定見)이 없으면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말하자면 정보의 분석능력과 집행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통찰력(洞察力: insight)과 직관력(直觀力: intuition, intuitive power)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통찰력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말하고, 직관력이란 판단이나 추리(推理) 따위의 사유(思惟)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순자는 이 말에 앞서 먼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릇 사물을 관찰함에 의심이 있고, 내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바깥 사물도 명확해 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나의 생각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물이 마땅한지 않은 지를 정확하게 결정할 수가 없다[凡觀物有疑 中心不定則外物不淸 吾慮不淸則未可定然否也].”고 말이다. 요컨대 사물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확고한 자신의 견해가 뒷받침되어야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순자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엉뚱한 결론을 얻게 되면, 어찌 바람직한 성과를 기대하겠는가?”(夫苟不當 安能無過乎)라고 말이다. 우리는 매사를 결정함에 객관적으로는 정확한 근거와 충분한 자료가 있어야 하며, 주관적으로는 확고한 견해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유부단(優柔不斷)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실패도 성공도 할 수 없다. 그저 도태될 뿐이다.
<출전> : 『순자(荀子)』 「해폐(解蔽)」
<집필자> : 이상은 / 상지대학교 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