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
繼(계) 계승하다, 이어나가다 述(술) 발전시키다, 행하다
<해석>
조상의 큰 뜻을 잘 계승하고, 조상의 사업을 잘 발전시킨다.
<내용>
이 구절은 공자가 말하는 효도의 진정한 의미를 밝혀준다.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며 부모님의 몸을 편안하게 봉양하는 일이나,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일 등은 ‘효도’로 널리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공자는 봉양하고 순종하는 일은 ‘효도’의 작은 절목이며, 진정한 효도는 오히려 “조상의 큰 뜻을 잘 계승하고, 조상의 사업을 잘 발전시키는 것[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이라고 강조한다. 즉 진정한 효도란 부모가 가슴에 품고 있던 큰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서, 돌아가신 뒤에도 그 큰 뜻을 잘 계승하는 일이요, 부모가 이루고자 했던 큰 사업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서, 돌아가신 뒤에도 그 큰 사업을 잘 펼쳐내고 발전시키는 일이 진정한 효도임을 제시하고 있다.
옛 조상을 받들어 제사를 성대하게 행하거나, 살아계신 부모가 즐거워하고 만족하도록 정성을 다해 봉양하는 것이 효도의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 세대만 바라보는 효도는 과거를 지향한 도덕규범의 틀에 사로잡힌다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부모의 큰 뜻과 사업이 자손을 통해 이어가며 발전하게 된다면,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나아가는 진취적 도덕규범이라는 점에서, 효도의 의미가 더욱 크고 깊게 드러난다고 하겠다. 진정한 효도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내다보는 양쪽 눈을 밝게 떠야 한다는 말이다.
자식을 굶겨죽이면서 부모를 잘 봉양했다거나, 임종을 맞은 부모를 한 순간이라도 더 살게 하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잘라 부모의 입에 피를 흘려 넣었다는 ‘효자’의 일화들을 줄줄이 실고 있는 효행(孝行)의 기록들은 너무 극단적으로 앞 세대를 향해 기울어진 과거지향적 도덕의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조상과 부모의 큰 뜻과 사업을 미래로 이어가며 실현하려면, 과거의 조상과 부모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소중하다. 조상과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잊어버리게 되면, 자기 한 몸만 남게 되니, 이어가야할 큰 뜻과 사업도 세우기가 어렵다. 세상에는 출세하여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이기적 탐욕에 빠져 뇌물을 받았다가 법정에 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조상과 부모가 지닌 큰 뜻과 사업을 망각하였으니, 크게 불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도 미래에 큰 성취를 이루고자 하면 반드시 과거의 역사를 잘 살펴서 앞 시대의 큰 뜻과 사업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고, 앞 시대의 과오를 깊이 경계하여 되풀이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조선시대의 유교지식인들은 사람의 도리를 밝히고 정의로움을 실현하려는 큰 뜻을 가졌으나 독선에 빠져 당쟁을 일삼다가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의 지도층들이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큰 뜻은 망각하고 독선과 분열의 폐습만 되풀이 하고 있으니, 이것은 역사에 불효한 자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출전> : 『중용(中庸)』 19장
<집필자> : 금장태/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