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善氣迎人, 親如弟兄, 惡氣迎人, 害于戈兵.
迎(영): 맞이하다 親(친): 친하다 害(해): 해치다 戈(과): 창
<해석>
선(善)한 기운으로 사람을 맞이하면 형제처럼 친하고, 악(惡)한 기운으로 사람을 맞이하면 무기보다도 해롭다.
<내용>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는 개체적 인간의 삶 전반에서 끊임없는 성찰을 요청한다. 그것은 더불어 삶을 통해 존속해온 인류의 힘이자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또한 사람의 삶(人生)에서 관계맺음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하는 동안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적응하며 자신을 형성해나간다. 개체적 인간은 우연과 필연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기쁨과 고통을 모두 맛보며 때때로 부닥치는 고뇌 속에서 사람다움의 기쁨을 찾아 성장해간다.
따라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람은 ‘관계’와 관련된 특성을 매우 민감하게 발달시킬 수밖에 없으며, 그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속마음이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몸짓과 기색(氣色) 등으로 드러난다는 자연(自然)을 전제하고, 또 한편으로는 상대가 숨기려고 해도 그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오늘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거나 안 좋아 보인다는 표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의식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막을 수 없고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이 기(氣)를 통해 드러나고 곧 상대의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의 다정한 배려에 벅찬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혹은 예의바른 말과 행동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속에서 우러나는 진심이 아닐 경우 어렵지 않게 곧장 알아챌 수도 있다.
『관자』는 이처럼 속마음은 결코 가릴 수도 숨길 수도 없다는 관계적 진실을 포착하여, 마음에서 비롯하는 “말없는 소리가 우레나 북소리보다 빠르게 드러난다.”고 하였다. 표정, 낯빛 등 말없는 말(不言之言)과 결합된 기(氣)는 자신과 타인을 곧이어 관통할 수 있기에 실질적인 소통의 힘을 지닌다. 그렇다면 상호간의 사귐의 핵심도 바로 용모, 안색, 언어 등의 기운을 바르게 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운을 바르게 내는 것은 꾸며서는 할 수 없기에 마음이 선(善)을 지켜 버리지 않았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대례(大戴禮)』에 “대개 사람에게는 알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용모(貌)・안색(色)・소리(聲)에 많은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아름다운 자질(美質)이 그 마음속에(中) 있는 것이고, 용모(貌)・안색(色)・소리(聲)에 많은 악함이 있으면 반드시 악한 자질(惡質)이 그 마음속에(中) 있는 것이다.”라고 한 것 역시, 통합적으로 드러나는 한 사람의 기운은 곧 그 속마음의 드러남과 같으며 이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바람처럼 불어들어 영향을 미친다는 통찰을 전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마주할 때 드러나는 선하고 악한 기운은 속마음에서 비롯되어 숨길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대로 상대에게 전해진다. 속마음을 담은 이 말없는 말은 우레나 북소리보다도 빠르게 전달되어 더없는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무기로 찌르는 해로움이 되기도 한다. 속마음에 깃든 인격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곧 전해진다는 사실은 관계적 삶에서 수양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일깨워준다. 곧 소통의 본질로서 사람을 대하는 자기 마음을 먼저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출전> : 『관자(管子)』 「심술(心術)」 하(下)
<집필자> : 윤민향 / 퇴계학연구원 ·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