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 必誠其意.
潤(윤): 기름지게 하다 옥(屋): 집 體(체): 몸 胖(반): 펴지다 誠(성): 진실하다
<해석>
경제적 부(富)는 집을 빛나게 꾸밀 수 있고 사람 사이에 인정받는 덕망은 몸을 빛나게 해 마음이 넓어지면 몸이 펴진다. 그러므로 자기 주도적인 군자는 반드시 자신의 뜻을 진실하게 한다.
<내용>
복권 등 벼락부자가 됐을 경우 무엇을 할 거냐고 물으면 집을 산다는 희망이 꼭 들어간다. 평소 좁은 집에서 여럿이 옹기종기 살거나 식구 중에 자기 방이 없을 수 있다. 도시에서 가족이 자신의 방을 갖는 집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큰돈이 생기면 큰집을 사는 것이 우선 순위의 목록에서 상위를 차지한다. 집을 마련하고서 또 각자의 공간을 이전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화려하게 꾸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윤옥(富潤屋)이 가리키는 말이다. 부가 있으면 집을 멋들어지게 꾸밀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 그 집을 보는 사람도 부러워하며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질 수가 있다. 이렇게 보면『대학』은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윤옥’이란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니까 말이다. 또 『대학』이 나올 당시에도 사람이 돈을 벌면 집을 장만하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해본다.
하지만 『대학』은 부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바로 덕(德) 이야기로 나아간다. 덕은 사람의 몸을 빛나게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덕 대신에 부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즉 덕윤신(德潤身)도 가능하지만 부윤신(富潤身)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돈이 있으면 좋은 옷을 사서 입고 피부 관리를 하는 등 몸을 화려하고 예쁘게 꾸밀 수가 있다.
이것은 윤신(潤身)의 의미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바로 덕윤신(德潤身) 다음에 심광체반(心廣體胖)을 곁들이고 있다. 심광체반은 사람이 무엇에 쫒기지 않고 여유를 지니고 있어서 마음이 넓어 느긋하며 몸도 움츠리지 않고 활짝 펴진 상태를 가리킨다. 아마도 길게 끌어온 일을 끝냈을 때 긴장이 풀리고 주위가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경험이 있다면 심광체반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여기서 사람이 부에 집중하게 되면 언제 잃고 언제 얻을지 편할 수가 없다. 반면 덕에 집중하게 되면 걱정이 없어지고 만사에 느긋하게 된다. 이 때문에 윤신은 부가 아니라 덕과 관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광체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용문의 제일 마지막에 실마리가 있다. 사람이 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생각에 진실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떳떳할 수 있다. 진실하지 않으면 자신과 남을 속일 수 있다.
『대학』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여 결과에 아등바등하지 않고 좀 편하고 느긋한 자세로 세상을 살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새해에 인사를 나눌 때 “부자 되세요”라는 말도 좋지만 “심광체반(心廣體胖) 하세요”라는 새로운 인사를 건네도 좋지 않을까?
<출전> 『大學(대학)』
<집필자> 신정근/유학대학장, 동양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