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가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남을 살맛나게 해주는 것이다.”
- 안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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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2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들어도 즐겁다. ‘애(愛)’라는 한자만큼 사랑의 의미를 절실히 표현한 것도 드물다. 맨 꼭대기 부분은 사람의 머리를 본뜬 것이고, 가운데는 심장을 담고 있는 몸뚱이이며, 맨 밑의 부분은 역동적으로 걷고 있는 다리의 모습이다. 살맛이 나서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이 사랑이다. 과연, 사랑을 하면 살맛이 나지만, 사랑을 잃으면 죽을 맛이다.
살맛나게 해주는 이 사랑이란 나와 너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이 ‘만남’이 ‘맛 나는 만남'으로 될 때 그것이 사랑이다. 유가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내용을‘인(仁)’으로 표현한다. 글자의 형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두 사람의 관계성’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와 너의 맛나는 만남’이 ‘인’이다. 예컨대 부모와 자식의 만남에서, 부모가 자식이 살맛나도록 해주는 것이 자애로움이라면, 자식이 부모를 살맛나게 해주는 것이 효이며, 이 자효(慈孝)는 곧 인의 한 내용이다. 요컨대, ‘나와 너’에 모든 관계를 대입시킬 때, 그 관계가 서로를 살맛나게 하는 만남의 관계이도록 하는 사랑의 묘약이 바로 인이다.
이토록 사랑은 살맛나는 만남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역』의 ‘함(咸)’괘는 사랑의 괘인데, 그 모양은 높은 산이 연못 속에 감추어져 있는 모습이다. 산이 제 높음을 뽐내지 않고 겸손하게 낮은 연못 아래에 처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괘는 진정한 사랑이란 ‘나를 비우고 상대를 받아들일[君子以虛受人]’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를 『논어』에서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예’는 그 본래적 의미를 생각할 때 ‘우리’라고 하는 말로 환치시킬 수 있다. 그래서 ‘극기복례’는 ‘나만의 세계를 극복하고 우리의 관계를 회복함’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서로가 살맛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에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 출전 : 『논어』 「자로」
# 내용소개 : 안재순(강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