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하는 이 즐거움 무엇으로 바꾸랴!
- 이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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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2
『논어』의 제일 처음에 나오는 “배우고 때맞게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은 조금의 식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다. 배우고 익힌다는 사실이 정말 기쁜 일인가? 만약 그렇다면 모두가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고, 모두 원하는 대학에 무사히 합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배우는 일은 지겨운 일이기도 했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그 고통을 참으면서 억지로 한 공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공자의 이 말은 거짓된 것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을 것이다.
공자가 말한 배움은 우리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해왔던 그런 배움은 아니었을 것이다. 배움 중에는 대학과 소학이 있는데, 공자가 말한 배움의 내용은 대학을 말한다. 소학은 예의범절이나 글자를 익히는 것이고, 대학은 인생에 관한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우리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해왔던 배움은 소학에 해당한다. 그마저도 대체로 대입을 위한 수단으로 했다. 수단은 목적을 달성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수단 그 자체는 의미가 없으므로 재미도 없다. 그래서 억지로 끌려가는 피동적인 공부를 했다. 그런 공부는 고등학교 때까지 한 것으로 끝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대학을 해야 한다. 이제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기의 삶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서의 학문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한 학문을 하는 과정은 기쁘다. 이제 우리는 기쁘게 공부를 해야 한다. 대학생은 대학생다워야 한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대학생답지 못하면 겉모양은 대학생이라 하더라도 실지로는 대학생이 아니다. 대학생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수단으로서의 공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출석 점수를 의식해서 출석을 하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기쁘게 공부를 했더니 결과적으로 좋은 학점이 나오는 식이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삶의 방식에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도 끌려 다니는 피곤한 삶이 되고 말 것이다. 대학생 시절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참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 時(시) : 때(상황)에 맞게 또는 언제든지. 說(열) : 기쁘다.]
# 출전 : 『논어』 「학이」
# 내용소개 : 이기동(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