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충실하고 믿음성 있게, 행동은 돈후하고 공손하게…….
- 정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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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6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이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행실을 해야 통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하여 공자가 “그 사람의 말이 충실하고 믿음이 있으며, 행동이 돈후하고 공손하다면 비록 미개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도 통하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말에 충실함과 믿음이 없으며, 행동에 돈후함과 공손함이 없다면 자기의 고향마을에선들 통하겠느냐? 서 있을 때는 그 네 가지가 눈앞에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수레를 타고 있을 때는 그 네 가지가 수레 앞 횡목에 걸려있는 것처럼 생각한 연후에라야 비로소 통할 수가 있을 것이다.” 라고 일러주었더니 자장은 그 말씀을 허리띠에다 적어두었다고 한다.
사람이 세상을 바르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물론 아는 것은 없고 사람만 좋아서 남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그러나 사람에게 있어서 덕이란 학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재승덕(才勝德)’이라고 해서 재주가 덕보다 뛰어나서 아는 것은 많으나 말에 신의가 없고, 행실이 경박하고 오만하다면 그가 쌓은 학문 또는 예술상의 업적도 그 빛을 잃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아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성현들은 문질빈빈(文質彬彬 : 내용과 형식이 어우러지는 삶)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고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봐서 결정을 내린다고 보았을 때, 사람의 언행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가를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까닭에 충(忠), 신(信), 독(篤), 경(敬)은 우리가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사회의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하겠다. 근자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인사,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언어와 행동이 충신독경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져서 인륜도덕과 시회질서를 해치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회건설을 위해서 자장의 흉내를 내어 허리띠가 아니라 가슴에 명찰처럼 ‘충신독경’이라고 쓴 패찰을 붙이고 다니지는 못할지라도 우리 모두가 언행을 신중히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말이다.
[ 篤(독) : 충실하고 돈독히 함.]
# 출전 : 『논어』「위령공」
#필자소개 : 정범진(전 성균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