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慕?그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것을 하고 있는 분 말이군요!
- 이강재
- 조회수10806
- 2004-12-20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노나라 성문 밖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곳의 문지기가 자로에게 누구인지를 물었다. 위 글은 자로가 공자의 제자임을 밝히자 문지기가 자로에게 공자를 평가하면서 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성인으로 칭송하는 공자를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구절이다.
사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것을 하고 있다는 평가는 공자를 어느 정도 비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을 읽을 때면 언제나 가슴 아픔과 동시에 통쾌함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이미 공자의 행동은 다른 사람이 보아도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고, 공자는 그럼에도 그것을 해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공자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으로부터 성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자로서 필자는 항상 위의 공자에 대한 문지기의 평가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 세상이 모두 무력의 확충을 통한 국력 신장에 힘을 쏟을 때 仁義를 이야기했던 공자를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온통 물질만능??사유에 경도되어 있는 듯한 이 시대에 인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공자가 살아있던 당시에 이미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발버둥쳤다는 평가에서 동병상련의 포근함을 느끼기 때문일 수 있다.
사실 어느 분야에서든 눈앞에 보이는 평가나 이익에만 연연해서는 큰 일을 할 수 없다. 완전히 타인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지만, 때로는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묵묵히 실천하는 것 속에서 더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출전 : 『논어』「憲問」
# 내용소개 : 이강재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