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남들이 보지 않음에 더 경계하고 삼가며, 남들이 듣지 않음에 더 두려워한다.
- 조남욱
- 조회수10948
- 2004-12-27
우리들은 자고로 동방의 예의국가로 자부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여 ‘견물생심(見物生心)’의 파행도 극복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공공부문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146개국 가운데 47위로 평가되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수능시험 부정행위 사건은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담하게 한다. 배움의 높고 낮음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남들이 보지 않는다면 또 들키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행위는 언제 어디서고 자행해 볼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겪게 되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와 같은 부정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부정행위는 반복되기 쉽고, 또 그 대응책이 고발과 처벌을 위주로 하는 것이어서 소모적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그러한 소모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오직 우리 모두가 ‘자기 관리의 힘’을 키움으로써만이 가능할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 감시력’을 강화해 가는 일이다. 이는 비단 부패 예방의 본질적 의의를 갖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품격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지대하다. 그와 같은 자기 감시의 기준으로서는 삶의 도리와 정의, 그리고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절제력이 전제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전에서는 이 경우에서 ‘군자’를 말했다. 남들이 듣거나 보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인간다운 도의와 정의의 삶에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는 자기 단속 그 주인공을 ‘군자’로 보면서, ‘경계하고 삼가며, 더욱 두려워함’의 긴장감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흔히 흐트러지기 쉽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설 때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남에게 떳떳하며 추잡스런 부정행위도 재론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동방 예의국가의 명성을 되찾는 길이요, 청렴도 1위의 핀란드와 대등한 경지에 이르는 첩경이 되리라.
[戒愼(계신) : 경계하고 삼가다. 睹(도) : 보다. 恐懼(공구) : 두려워하다.]
# 출 전 : 『중용』
# 내용소개 : 조남욱(부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