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하지 말라
- 조남호
- 조회수10883
- 2005-02-15
공자가 서(恕)에 대해서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자기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하라고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적극적인 측면, 후자를 소극적인 측면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공자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배려의 마음가짐을 적절하게 설명?舊?못한다.
대표적 성리학자인 주희는 이를 성인의 측면과 학자의 측면으로 해석한다. 전자는 성인의 경지에서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후자는 반성을 통해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후자 즉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들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칸트의 정언명법처럼 자기의 원칙이 남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공자나 주희의 서에서 남이란 자신의 의식에 들어와 있는 남이고, 배려도 자기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공자나 주희의 타자에 대한 배려나 애정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정립되어 관조된 것이 아니다. 즉 미리 정립된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의 만남이라는 실천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서양의 황금률에 ‘남들이 네게 마땅히 해주기를 바라는 방식대로 나도 또한 그들에게 그렇게 해 주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의 서(恕)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서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아니다. 서양에서 타인에 대한 애정과 헤아림은 신의 명령이 내 마음의 선천적 도덕법칙에 대한 복종에서 가능해진다. 그러나 공자의 서는 이런 명령과 ?뮐씬?형식이 아니다. 즉 자기가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면 먼저 타인의 지위를 확보해 주고, 자기가 지위를 올라가고자 하면, 먼저 타인도 지위를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 주체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정감으로부터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 施(시) : 베풀다. 행하다.
# 출전 :『논어』「안연」
# 필자소개 : 조남호(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