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의 쓰임은 조화를 귀중하게 여기니, 先王의 道는 이것을 아름답게 여겼다.
- 조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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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2-15
“핸드폰이 고장나셨군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는 말투이다. 핸드폰에까지 존댓말을 쓰는 세상이다. 상업적 논리의 확장으로 각종 상품의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우리는 ?毛聆?경로를 통해 각종 상담 서비스를 받는다. 고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은 물론 자신이 소유한 상품까지 극존칭의 접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말은 어렵다. 그리고 존댓말은 그 어려움을 더욱 배가시킨다. 할머니 앞에서 아버지 소식을 전하면서, 통상 “아버지는 바쁘셔서 오지 못하셨어요.”라고 한다. 정말 깍듯하게 아버지를 높인다. 할머니 앞에서 말이다. 누가 더 높은 어른인지 헷갈린다.
유학에서 말하는 ‘禮’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보편적 질서로서의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규범과 제도로서의 의미이다. 보편적 질서가 자연의 법칙과 그 이면에 있는 형이상학적 원리를 아우른다고 한다면, 규범과 제도는 일상생활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행위를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예’는 후자에 해당된다. 그 ‘후자의 예’는 규범이고 제도인 만큼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는 ‘예의 쓰임’을 말하면서 ‘조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일까? 사실 이 문장은 ‘예’만을 언급했지만 그 내면에는 ‘樂’을 함께 얘기하고 있다. 예만을 가지고 사회를 지탱한다면 윤기 없는 세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화가 필요하고 그것이 ‘樂’이다. 『예기』 「악기」편에서는 예와 악을 천지의 질서와 조화로 규정한다. 즉 예가 질서로서 기능한다면, 악은 조화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양자는 개별적으로 작용하는 범주가 아니다. 악에 조화를 이루기 위한 리듬과 박자라는 규칙이 필요하듯이 예에도 규범과 제도가 구현되는 조화로움이 요구된다. 공자의 성품이 온화하면서도 엄격했다는 것도 질서와 조화의 적절한 균형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사회 속의 개인은 원활한 대인관계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대인관계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리고 굳이 말과 관련된 속담이나 故事를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말 한마디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언어라면, 그 언어의 효과적인 사용방법은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성과 그것이 표현되는 적실성이 원만한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 斯(사) : ‘이것’이란 뜻으로 是와 같은 의미로 사용됨.
# 출전 : 『논어』「학이」
# 내용소개 : 조장연(성균관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