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다.
- 최영갑
- 조회수11323
- 2005-03-07
공자의 제자 중에 재여라고 하는 제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재여는 공부가 하기 싫었던지 선생님 몰래 숨어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공자는 제자들 앞에서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할 수가 없다.”라고 혹평 하였다.
제자에 대한 스승의 평가가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낮잠을 잔 것이 정말 이런 평가를 들을 만큼 잘못한 것일까? 공자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재여를 꾸짖었을까? 사람이 피곤하면 낮잠을 잘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대학까지 진학하게 된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졸음과 싸워야 했으며,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고 살았겠는가? 생각해보면 가슴이 아픈 일들이다.
공자가 재여를 꾸짖은 이유는 사람이라면 정신력으로 육체적 피로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공자는 학문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죽을 때까지 학문에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을 게을리 한 제자에게 이러한 혹평을 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재여가 수업 도중에 고개를 떨구고 졸았다면 이런 혹평을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여는 안타깝게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잠을 잤던 것으로 보인다.
가끔 강의실에서 수업시간에 처음부터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을 보거나,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며 조는 학생을 보게 된다. 졸음이 오는 것은 생리적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책상에 엎드려 편하게 잠을 자는 모습은 결코 ?좇?모습은 아니다. 재여와 같이 학문을 게을리 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잠을 이겨내려 애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썩은 나무가 아니라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태어날 수 있는 나무가 교정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朽(후) : 썩을 후. 雕(조) : 샛길 조.]
# 출전 : 『논어』 「공야장」
# 내용소개 : 최영갑(성균관 총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