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도다. 밤낮으로 멈추지 않는다.
- 손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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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14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세상을 주유하다가 강가에 이르러 밤낮으로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을 보고 감탄하였다. 후대의 현자들은 이 말을 놓고 해설이 구구하였다. 과거는 지나가고 항상 새로운 것이 이어지는 천지간의 이치를 말하기도 하며, 그러한 근본을 깨닫기 위해 수?瑛?게을리 하지 마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맹자의 제자인 서자(徐子)도 이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공자께서 물에 대해서 자주 말씀하시는데 물에서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이냐고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공자의 말에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하였다. "물은 샘에서 솟아 밤낮없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웅덩이를 다 채운 후에야 넘쳐서 바다로 나아간다. 세상의 근본이 이와 같다는 뜻을 취한 것이니라.”(『맹자』 「이루장」). 맹자의 해설로 본다면 물이 밤낮없이 흐른다는 것은 단순히 끊임없이 학업에 정진하라는 뜻만은 아닌듯하다. 더구나 천지간의 이치를 순간의 계속된 반복만으로 이해하지도 않는다. 물의 흐름은 시작이 있고 과정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것으로 고여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되 과정과 단계를 거치지 않고 뛰어넘어 갈 수는 없다는 뜻이리라.
공자가 말하는 ‘간다(逝)’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나 역사의 흐름을 가리킬지도 모른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서 ‘역사는 반복된다, 아니 반복되지 않는다’는 논의는 서구에서도 오래전부터 이야기 되었으며 아직도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순환론과 전진론이 그것이다. 공자나 맹자는 굳이 말하자면 시작??끝이 있는 전진론 쪽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더욱 주목되는 것은 물의 흐름으로 비유된 시간의 개념이다. 공자와 맹자가 말하는 시간의 흐름도 기계적인 시간의 반복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시간의 속도가 다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이완될 수 있는 그러한 시간 개념에 섰을 때에 장기적인 자연의 순환도 눈에 들어올 수 있다. 역사의 시간은 기계적으로 흐르지 않으며 단기적인 시간의 흐름과 장기적인 시간의 흐름이 병행된다고 보는 것이 근래에 제기된 역사관의 하나이다.
[逝(서): 가다(과거, 세월을 말함). 斯(사): 이것. 夫(부): 감탄사. 舍(사): 그만두다. 버리다의 뜻으로 사(捨)와 통함]
# 출전: 『논어』 「자한」
# 내용소개 : 손병규(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