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 도달에 장애될까 군자는 가지 않는다.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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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3-22
“비록 자그마한 도(道)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반드시 볼만한 것이 있겠지만 멀리 가는데 장애가 될까 두렵다. 이 때문에 군자는 가지 않는다.”고 공자의 제자 자하는 말한다.
인생에는 ‘가야할 큰 길’이 있다. 어쩌면 큰 길이 있으므로 ‘사람’은 여타의 생물학적 존재와 차별화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큰 길 가는 곳에는 옆으로 난 샛길이 있기 마련이다. 그 샛길에 접어들다 보면 ‘좋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돈, 술, 그리고 기타 달콤한 것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이 때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길을 가는 사람끼리는 싸움도 많다. 이래저래 걸리적거리는 것도 많아서, 갈 길 바쁜 우리에겐 ‘병목 구간’일 뿐이다. 모두를 포용할 대동으로 길목을 막고 있어서 “그곳은 단지 그곳이었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고, 따라서 거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기다리며, 삶의 궁극적 지향점이 될 수 없다.
삶의 방식을 한 차원 높여 ‘사사로운 나’에서 벗어나 만인을 먹여살릴 역할을 냉정하게 찾아봄이 어떨까? “교활한 말씀은 덕을 해치고,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일을 어지럽힌다.”(『논어』「위령공」)고 공자는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룩한 더 큰 목표와 가치는 나를 포함한 인류를 건질 것이다. 제 입에 필요한 먹거리를 해결하는 기예나 잔재주도 좋겠지만 온 세상 사람을 포용할 저 높고 넓은 곳에 도달할 ‘큰 길’을 감이 좋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목청을 높이면서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별 것 아닌 권세나 명예에 휘말려 큰 일을 그르칠 때가 참 많다.
소중한 생명의 시간에,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고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을 향함이 옳다. 천하를 경영할 원대한 진리나 원리에의 길을 가야 한다. 그 대도(大道)를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큰 일이며 인(仁)과 의(義)의 실현이다. 이런 삶의 지향이 사람을 살리는 win-win의 방법이요, well-being의 인프라일 것이다.
[致(치) : 이르다, 도달하다. 恐(공) : 두렵다. 泥(니) : 빠지다, 장애되다.]
# 출전 :『논어』「자장」
# 내용소개 : 이명수(성균관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