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여야 한다.
-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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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09
공자는 “옛 사람은 자신을 위하여 공부를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남을 위해 공부한다[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을 위하여 공부한다는 것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인 측면에서 출발하여 공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이란 남의 평판이나 남으로부터 얻어지는 명예 등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 올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위에서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공자의 언급과 관련된 구절이다. 또한 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참으로 알려질 수 있기를 구하여라[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과 일부 상통하는 면이 있다.
공자가 주장하는 학문의 기본자세는 내면적 성찰을 근거로 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실현을 중시한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학문을 한다고 할 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즉 내면적 성찰을 하기 위해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또 남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관계치 말아야 한다는 것이 잘못하면 남의 평가를 무시하고 자신만을 위한 학문을 하는 방식으로 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이기적인 학문태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 사회에서는 눈앞의 이익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인문학이나 기초 학문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며, 어느 정도 남이 알아주고 자신에게도 이익??되는 학문을 좇는 경향을 부정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기초 학문, 모든 학문의 기반이 되는 기초에 대한 경시는 결국 응용학문의 발전에도 분명히 장애가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그러한 학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문은 자신에서부터 시작해서 성찰하고 발전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도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患(환) : 근심하다. 병으로 여기다.]
# 출전 : 『논어』「학이」
# 내용소개 : 이강재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