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동체의 구원)의 사안은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 신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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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17
5월이면 챙겨야 할 날이 많은 달이다. 그 중에 스승의 날도 있다. 우리는 이 날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해 12월로 옮기자고 했는데 올해에도 여전히 5월의 달력에 스승의 날이 표시되어있다. “감사(고마움)는 어떻게든지 표시해야 한다”는 사고와 “대가 없는 선물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앞으로도 한국 사회에서 충돌하며 꽤 오랜 시간을 버텨나갈 듯하다.
말이 나온 김에 “선생은 어떤 학생을 좋아할까?”라는 물음을 생각해보자.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2003년 봄에 개봉됐던 차승원 주연의 〈선생 박봉두〉에 따르면 선생은 환금성을 지닌 뭔가를 끊임없이 챙겨주는 학생을 지극히 좋아할 것이다. 이 밖에도 자기를 쏙 빼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거나 질문과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답도 있을 수 있다. 공자의 경우라면 전자는 안연이 대표하고 후자는 자로가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안연은 때로는 바보로 보일 정도로 공자의 말에 예스를 연발했다. 반면 자로는 공자의 말에 딴지를 걸거나 불만에 차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에게 안연같은 학생만 있고 자로같은 학생이 없었다는 어떠했을까 생각해보자.
틀림없이 공자의 언행록, 즉 『논어』는 무미건조할 것이고 풍부한 생명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고 개성이 넘치는 인물이 많은 만큼 그 세계는 아름답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쉽게도 설파나 훈계는 많아도 토론이 적다. 토론이란 어떠한 문제에 대해 더 합리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절차이다. 여기에는 이성의 절대적 소유자가 있을 수도 꺼내지 못할 금기도 없고 눈치보아야 할 시선도 없다. 장기판의 말을 빈다면 토론은 참가자가 차나 포를 모두 떼고서 벌이는 불꽃이 튀고 흥미가 진지한 놀이이다.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양보는 하면 좋겠지만 인생을 걸 대목에서 공자와 말처럼 올인을 해야겠다. 어찌 보면 사람사람이 저마다 선생이며 인생은 그 선생들이 ?珦甄?진검 승부가 아니던가?(뱀의 다리: 진검 승부는 호통을 치르며 썩은 무를 자르는 일이 아니며 신경질을 내며 혼을 내는 일이 아니므로 인생은 피비린나는 칼싸움의 현장이 아니다.)
[當: 닥치다, 讓: 양보하다, 師: 스승]
# 출전 : 『논어』「위령공」
# 내용소개 : 신정근(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