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두려워할 만하다. 어찌 오는 세대가 지금보다 못하다고 단정 짓겠는가?
- 이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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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20
오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을 지내며 인간관계에 대하여 생각하는 달이다. 여기에 후생[後生]의 날이 하루 더 있다면 스승의 날과 짝을 이루어 좋을 듯 하다. 이는 후생도 배려해야 한다는 단순한 의미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학문하는데 있어 누구나 배울 때는 후생이고 가르칠 때는 선생이 된다. 공자께서 선생으로 가장 경모한 인물은 주공이고 후생으로 가장 경외한 인물은 안연이다. 공자께서 “후배들을 두려워 할만하다”라고 말씀하신 데에 공자의 겸손한 인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역사인식이 담겨있다. 후생들을 통하여 드러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공자는 품격이 있는 언사 ‘두려움’으로 표현했다. 이 두려움은 무서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뛰어날 수 있어서 나타나는 경탄의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선생은 있어도 후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격으로나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두려워할 만한) 후생으로 보아주는 선생이 없어서이다. 수많은 후생들이 선생 아래에 있으나 인격적인 관계를 배우지 못하고 그 후생들 역시 후생 없는 선생이 되고 만다. 공자의 인격주의는 위계를 두기 위한 인격주의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대우받는 상호적 인격주의이다. 충서(忠恕)를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서양에서 학위를 받고 나서 자기 선생으로부터 받는 가장 좋은 선물은 다름 아닌 자기를 “동료”(colleague)라고 불러주는 것이다. 이제부터 학문적으로 대등한 관계가 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인격적인 호칭이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성숙한 사회에서는 하나의 일상이며 우리의 전통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퇴계 선생이 율곡 선생을 만나본 후에 하신 말씀이 ‘후생가외’이다. 퇴계 선생은 후생을 알아보았으며 큰 기대감을 나타내셨다. 관계는 양방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방향만 있다면 그 관계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오월을 보내며 ‘후생가외’의 참뜻을 헤아려 본다.
[畏(외) : 두려워하다, 焉(언) : 어찌, 감탄사]
# 출전 : 『논어』「자한」
# 내용소개 : 이향만(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