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병폐는 남의 스승 노릇하기 좋아하는 데에 있다.
-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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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03
우리는 타인을 가르칠만한 능력이나 학식이 있어서 타인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맹자는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잘못된 폐단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주희(朱熹)의 『맹자집주(孟子集註)』에는 다음과 같은 왕면(王勉)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학문에 남은 것이 있을 정도로 풍족하다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물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대답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만약 남의 스승 노릇하기를 좋아하면 스스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다시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사람의 큰 병폐이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타인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하기보다 남을 가르치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하는 필자 역시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이 가르치기 좋아한다는 것이 때로는 객관적 상황이나 논리를 떠나 타인의 조언을 무시하고 그저 나의 생각만을 강요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발전을 이룰 수 없을뿐더러 사회적인 해악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위 구?煊【?맹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항상 남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더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도 남의 스승 노릇하기 좋아하는 병폐가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 속한다. 자신의 가까이에 자신이 무엇인가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두려고 할 뿐 자신이 배울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을 가까이에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 역시 이 구절에서 말하는 가르치기만 좋아하는 폐단에서 나온 것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배워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항상 남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강조한 위 글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 출전 :『맹자』「이루」
# 내용소개 : 이강재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