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하게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죽음으로 지켜 도를 구현한다.
- 최근덕
- 조회수10915
- 2005-06-10
재물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다. 하찮은 사람이다.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다. 좀 나은 사람이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다. 그 신념이 인류사회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면 더 위대하다. 세상에 부정적인 신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내용이 비인간적이라면 신념이랄 수 없다. 맹신(盲信)이니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래서 공자는 신념??돈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는 뒤이어 배우기를 좋아하라고 권고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신념이 있을 때 인간답게 보이고 활기에 넘친다. 사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신념으로 해서 죽음을 걸고 도(道)를 구현할 때 인생의 숭고함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도의 구현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을 위한 것이다. 나 하나의 인격이 완성될 때 그 향기는 필연적으로 남에게 미치게 되고, 나 하나의 목숨을 걸 때 그 물결은 필연적으로 멀리 멀리 퍼져 나가는 것이다. 나의 완성과 남을 위한 길이기에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은 유교가 종교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교는 죽음으로 지켜야하는 도이고, 유교적 이상사회 건설에 목숨을 걸고 헌신해야 된다는 것을 비치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단념하지 않고 뛰어들어 구제하려고 애썼고, 아무리 인간들이 미쳐 날뛰어도 체념하지 않고 끈기 있게 설득을 하고 다녔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탓하지 않고, 도도한 흙탕물처럼 밀려가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고 끝까지 노력했다. 그는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뛰어들어 맨몸으로 ?恝?성인이다. 끝내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겠노라(不怨天, 不尤人)”고 탄식하지 않았던가.
나라에 올바른 도가 행해질 때 가난하거나 미천한 것은 자기 공부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사회에 질서가 잡혀 모두 자기 능력껏 출세를 하는데, 거기에서 낙오가 됐다면 공부가 모자라거나 인격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끄러운 일이다. 나라가 어지러운 데도 부자가 되거나 높은 벼슬을 하고 있다면 무도한 위정자에게 붙좇은 결과일 수 밖에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篤(독): 독실하게 힘쓰다. 善: 잘 실천한다.]
# 출전 :『논어』「태백」
# 내용소개 : 최근덕(성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