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 있고, 부와 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
- 윤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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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17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24명으로 전년보다 4.9명이나 늘어나면서 지난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 조사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자살이 20∼30대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 경시풍조 등과 함께 경기 침체에 따른 생활고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명심보감』에서 공자의 말로 보이는 이 구절은 본래 『논어』에서는 제자인 자하가 전해들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말은 피상적으로 보면 운명론 내지 숙명론적 내용으로 귀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실적 삶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모든 것을 신의 의지나 계시로 돌린다면 상당한 부조리가 야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부조리가 현실적 삶에서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경우에 따라서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때로는 초월자에 대한 의지를 통하여 현실적 문제를 극복하고자 구원을 바라기도 하며,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면 자포자기하거나 때로는 문제를 자신의 내면으로 승화시켜 경건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인간에게 이러한 종교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면, 종교를 단지 원시시대의 미신과 같은 것으로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공자는 ‘천도’와 같은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해여 언급을 자제하였지만, 수제자 안연의 죽음에 임하여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라고 탄식하며 통곡하였고, 생명을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 임해서는 언제나 ‘하늘’을 내세워 현실을 합리화 하였다. 중국의 대표적 유물론자인 후한의 왕충은 인생관에 있어서는 숙명론자였다. 그렇지만 왕충이 주어진 현실을 모두 운명으로 돌리고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시 유행하던 참위설을 비롯한 미신을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현실적 의지를 관철하고자 노력하였다. 공자의 이 말은 소중한 생명을 일부러 버리거나, 남을 해치면서까지 억지??살기를 도모하며, 부귀를 위해서는 예의염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안빈낙도(安貧樂道)는 단순히 소극적 처세술이 아닌 것이다.
# 출 전 :『논어』「안연」
# 내용소개 : 윤무학 (성균관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