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하여 인(仁)을 도움 받는다
- 최근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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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09
“친구가 일가친척보다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고, “친구가 다정하면 천리 길도 멀지 않다”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자연히 친구가 생기게 되고 친구끼리 서로 정을 주고받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진실로 서로 위해 주는 친구가 있다면 천리 길이 아니라 멀고 먼 인생의 여정도 어렵지 않게 지나가게 된다. 마음을 주고받는 진실된 친구야말로 참으로 보배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친구를 심우(心友), 즉 마음으로 사귀는 친구라 한다. 또는 주역에서는 금란지계(金蘭之契)라고 하여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날카로움이 금(金)을 끊고,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그 굳건함이 금을 끊을 수 있으며, 두 사람의 진정에서 우러나는 정다운 말은 향기로운 난초와 같다는 비유이다. 그러나 친구란 사귀기는 어렵고 잃기는 쉽다. 누구나 경험하는 바이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친구와 술은 묵을수록 좋다”거나,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고 했다.
조선시대 도의지교(道義之交: 도의로 친구를 사귐)의 대표적인 경우는 율곡(栗谷: 李珥의 호)과 우계(牛溪: 成渾의 호), 그리고 백사(白沙: 李恒福의 호)와 한음(漢陰: 李德馨의 호)이라 할 수 있다. 율곡과 우계는 학문으로 맺어진 친구로, 두 분 사이에 오고간 토론은 우리나라 성리학(性理學)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백사와 한음은 학문도 학문이지만 정치적으로 그 우의(友誼)가 크게 빛나고 있다. 임진왜란이라는 우리 역사상 미증유의 국난(國難)에 임해서 두 분의 우정 어린 협력이야말로 왜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더할 수 없는 공헌을 했다.
가까울수록, 오래 사귈수록 공경하는 그 마음가짐과 몸가짐이야 말로 좋은 친구와 평생 우정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리고 친구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충고를 해서 바로잡아 줘야 하는 것이 도리지만, 두 세 번 충고해도 듣지 않으면 끊어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부모형제의 잘못은 끝까지 막아야 할 의무가 자기에게 있지만, 친구는 그렇지 않아 듣지 않으면 끊어 버려야 한다. 부모형제는 피로써 맺어져 있기 때문에 무한책임(無限責任)이 자기에게 있지만, 친구는 의리(義理)로 맺어진 사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유한책임(有限責任)이다. 그래서 충고도 적당히 해야 한다. 낱낱이 들추어서 간여할 처지도 아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임금 섬김에 있어 자주 간(諫)하면 욕을 당하게 되고, 벗을 사귐에 있어 자주 충고(忠告)하면 소원해 진다”
[輔(보) : 돕다]
# 출전 :『논어』「안연」
# 내용소개 : 최근덕(성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