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다투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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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0-31
중국 고대 전국시대에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치국의 방법을 두고 주고 받은 대화가 맹자 첫머리에 나와 있다. 아마 편저자가 맹자 전편의 사상을 대변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 실은 것 같은데, 오늘날 독자도 읽어보면 수긍이 간다. 당시는 전국시대여서 부국강병이 제후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므로 양혜왕도 기금을 만들고 예를 갖추어 천하의 현자들을 초빙하였다. 좋은 방책을 자문 받기 위해??눼? 맹자는 당시 세상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양 혜왕은 처음이라 잘 몰랐으므로 한가닥 희망을 갖고 만나러 갔다.
왕은 당시 제후임에도 천자가 칭하는 왕이라는 칭호를 참칭하고 있었다. 그의 욕심이 여기에 이미 드러나 있는데, 실은 양 혜왕 뿐이 아니었다. 왕은 물론 부국강병의 정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맹자는 나라는 도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왕이 이익을 좋아한다면 그 아래 사람들도 다 그러하고, 나중에는 일반 백성들도 부를 탐낸다고 하였다. 나아가 맹자는 그렇게 되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재물을 다투다 하극상이 일어나고 결국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하였다. 천자의 부의 10분의 1이 제후(또는 대부)이며, 제후의 부의 10분의 1이 가신인데, 서로 부를 다투면 대부가 천자를, 가신이 제후를 죽인다고 하였다.
상하가 이익을 다툰다? 봉건 왕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왕조라고 하면 중국왕조나 조선왕조를 연상하기 때문에 그러한데, 당시 전국시대에는 그러했다.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는 이익 다툼이 전국시대와 비교해 어떠할까? 자본주의 생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자본가와 노동자가 첨예하게 이익을 두고 대립하는 사회로 알고 있다. 그 의사 표시 방법이나 이익 쟁취 방식은 그야말로 정치적이고, 폭력적이다. 노사관계만이 아니라 다른 단체의 이기주의적 다툼도 마찬가지다. 맹자의 이익은 오늘날 불로소득에 가깝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와 탈세로 하나씩 추락하는 것을 본다. 사회지도층만 그럴까? 서민이 불노소득을 얻으면 노동의욕을 잃는다. 곧 전국민으로 퍼져간다. 이것이 현대판 상하교정리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러나 자본주의는 건전한 부의 축적이 죄가 아니다. 정부가 통치철학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입법활동을 통하여 국민이 건전한 자본주의적 생산활동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오늘날의 민본정치다. IMF나 부동산 투기가 결국 선량한 국민에게 부담이 가는 것을 우리가 보아왔지 않은가. 경제적 부담 뿐이 아니라 윤리의식도 파괴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交(교) : 서로. 征(정) : 가져간다.]
# 출전 : 『맹자』「양혜왕 상」
# 내용소개 : 이동희(계명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