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도리에 뜻을 두고서도 나쁜 옷이나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더불어 의논할 사람이 못된다.
-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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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09
공자는 어떤 일이든 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외부적인 조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야 된다고 말한다. 만약 큰 도리에 뜻을 두고 있다는 선비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누추하다거나 먹는 음식이 좋지 못하다고 부끄러워한다면 이것은 진정 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사람과 함께 삶의 도리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에게 가장 크게 생각되는 혹은 가장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나머지 다른 문제는 사소한 것이 된다. 학창 시절을 보내는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는 큰 목표 앞에 자신의 얼굴 등의 외모나 옷차림 그리고 남보다 얼마나 좋은 음식을 먹고 있느냐 하는 외부적인 조건은 모두 사소한 것일 수 있다는 가르침이라 할 것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이처럼 자신이 큰 뜻을 품었다고 해서 주변의 모든 조건을 무시해버리고 지내?璲?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일의 성격에 따라서는 자신을 외부에 알리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우도 있고 외형적인 품위 유지가 생존에 필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이 하는 일의 성패여부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얼마나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가에 달려있다. 실상 외형이 그럴 듯하게 보인다면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눈을 줄 수 있겠지만 자세하게 접근해보았을 때 깊이가 없고 전문적인 식견이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상대는 금방 나에 대해 별 볼일 없다는 반응을 보일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외부적인 조건이란 그야말로 조건의 하나일 뿐 결정적인 요소일 수는 없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도리에 대해 좀더 마음을 쓰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 할 것이다.
[恥(치) : 부끄럽다. 與(여) : 하께, 더불어. 議(의) : 의론하다.]
#출전 :『논어』「이인」
#내용소개 : 이강재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