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롭지 못한 부귀는 내게 있어서 뜬구름 같도다.
- 윤용남
- 조회수11250
- 2005-12-19
이 구절은 공자가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스스로 말씀하신 것으로, 거친 보리밥에 물을 마시고 베개마저도 없어서 자신의 팔을 베고 누었는데도 여전히 즐겁다는 것에 이어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이런 가난한 삶을 즐기는 것인가?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즐길 만한 것이 못된다. 공?湄?사람일진댄, 결코 그런 삶을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도 가난 속에도 즐거움은 있다고 하였지, 가난이 즐겁다고는 하지 않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난은 우리의 삶을 불편하고 힘들게 하며, 부귀는 편리하고 윤택하게 한다. 그래서 누구나 가난은 싫어하고 부귀는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부귀가 주는 편리함과 윤택함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가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서 이런 것을 본다. 상업적인 예술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마다하고 순수예술을 추구한다. 이들은 가난이 주는 고단함 속에서도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꿈꾼다.
공자도 이런 예술가들처럼 가난 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공자는 정의롭지 못한 부귀를 뜬구름 같이 여긴다고 하였으니, 의로운 부귀는 뜬구름이 아닐 것이다. 뜬구름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정의이다. 정의는 가난 속에도 있고, 부귀 속에도 있다. 그렇다. 공자는 이것을 즐긴 것이다. 바로 안빈낙도(安貧樂道)다.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도(道)를 즐긴다.
예술은 대상이 있어 즐길 것이 있지만, 도(道)는 그런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닌데 무엇을 즐길까? 이는 가난하더라도 항상 옳은 일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다. 부귀를 얻기 위해 남을 속이거나 억울하게 하는 짓은 불안하고 불편해서 차마할 수 없다. 뜬구름을 잡기위해 나의 신조를 버릴 수 없다. 가난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정의를 버릴 수 없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너무 불안하고 불편해서 견딜 수 없다. 차라리 마음 편한 것이 낫다.
그렇다고 가난한 공자와 예술가를 무능하다고 욕하지 마라. 본래 가는 길이 다른 것을......
[且(차) : 또. 浮(부) : 뜬 구름.]
# 출전 :『논어』「술이」
# 내용소개 : 윤용남(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