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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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4-28
이 구절은 공자가 어떤 사람의 행위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방법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이 하는 행동을 살펴보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 지를 잘 살펴보며, 그 사람이 그 행동에 대해 마음 편하게 여기는 지를 잘 관찰한다면 사람이 어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어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공자는 우선 어떤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하는 지 살펴보아야 하며, 다음으로 그 사람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행동을 바라보는 것보다 이유를 살피는 것은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혹 외견상 나타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람을 파악하고자 할 때 관찰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공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편안하게 여기는 지를 살펴야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한 행동과 그 행동의 동기가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행동에 대해 스스로 즐거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위선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처럼 세 단계를 거쳐 한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게 된다면 우리가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감추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공자의 판단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접하게 되고 그 때마다 그 사람에 대해 나름대로 어떤 판단을 내리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정확하게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 해도 가끔 우리는 사람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공자가 이야기하는 세 번째 항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이 구절은 자기 스스로 자신에 대해 평가를 내릴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자기 스스로 어떤 일에 대해 정말 즐거워하고 있는지를 본다면 그 일을 행하는 자신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 때문에 이 글은 항상 자신의 일에 대해 적극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가는 자세를 강조하는 말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焉(언): 어찌. 廋(수): 감추다. 哉(재): 문미의 어기사]
# 출전 : 『논어』「위정」
# 내용소개 : 이강재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