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길(지평)을 넓힐 수 있지 길이 사람을 넓어지게 하지 않는다.
- 신정근
- 조회수11146
- 2006-05-19
우리는 각종 시험에 시달린다. 대학에 오려면 수능을 치려야 하고, 취업을 하려면 토익 등 외국어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시험이 어려워도 수능이나 토익에서 만점자가 나오곤 한다. 시장은 만점자의 학습법 등을 재빨리 책으로 가공해낸다. 우리가 그 비법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공부를 해도 모두 만점을 받지 못한다. 그 길은 그들의 길이었지 나의 길이 아니다. 시험 공부에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하지만 특정 목표에 도달하려면 우리는 개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지 남의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 없다. 아무리 비법을 말로 글로 표현한다고 해도 하나도 남김없이 완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궁지나 한계에 몰리면 몇 가지 양상을 보인다. 나 몰라라 도망가는 도피형, 도와달라며 주위에 손 내미는 의존형,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이들의 사례를 찾는 경험 중시형, 자기 신뢰를 하면서 스스로 해결을 모색하는 창조적 판단형 등등이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널리 떠도는 말이 일류, 글로벌 기준, 경쟁력이다. 우리가 이 과제를 바람직하게 성취하려면 기도나 희망만으로 되지 않는다. 먼저 우리는 시키는 것을 마지못해 할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알아서 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 앉아서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해야 한다.(한국에서 벤치마킹은 원래의 의미에 충실하기보다는 모방, 도용에 가까운 뜻으로 남용되고 있다.) 어떤 도움은 자기 밖에서 더 잘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답이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남이 100% 내가 될 수도 없다. 일류, 즉 스스로 하나의 흐름이 되려면 남에게 없는 것을 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길은 전통, 역사, 관행, 현실과 반대될 수도 있다. 이 대립에서는 고독한 자신감(self-confidence)을 가져야 한다. 일류란 자기가 나아갈 길의 기준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루쉰은 국민의 노예 정신을 질타하고 예교를 사람 잡아먹는 것으로 비판을 했다. 그런 그가 위 구절을 가장 잘 풀이했다. “OO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고향」 *OO이 무엇인지 맞추어보십시오.) 현빈이 TV 광고에서 파워스키를 타고 큰 배를 뛰어넘으며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다보면 길이 나고 그러다 함께 가는 사람이 생기는 우리는 더 좋은 세상에 있게 될 것이다.
[能(능): 할 수 있다, 弘(홍): 넓히다, 道(도): 길(way, principle, ideal)]
# 출전 : 『논어』「위령공」
# 내용소개 : 신정근(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