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잘못은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에 잘못하려는 것은 아직도 쫓아가 말릴 수 있다.
- 정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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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02
이 구절은 비록 논어에 있는 말이나 공자의 말씀이 아니고, 초나라의 광인(狂人) 접어(接輿)가 공자의 수레 앞을 지나가면서 공자로 하여금 들어보도록 불렀던 노래 가사 중에 나오는 말이다.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도 보인다.
봉이어! 봉이어! 너의 덕이 어찌 이리도 쇠해버렸느냐?
지난 일은 간할 수 없으나, 앞일은 추구??수 있으리라.
아서라! 아서라! 지금의 위정자는 위험천만인 것을.
이 노래를 듣고 공자는 바로 (그가 범상한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나아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 하였으나 그는 재빨리 몸을 피해버려, 그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말았다.
접여는 이인(異人)이고, 붕새는 공자를 가리킨다. 가사의 내용은 난세에 조용히 은거하지 못하고 그 위험한 정치판에 왜 나서느냐는 일종의 충고 내지는 비방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공자는 이때 자신이 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유세를 해야만 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했었지만 그는 말조차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고 피해 가버렸다.
현대감각으로는 관료가 되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을 반드시 나쁜 일로만 보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전원으로 물러나서 사회와 등지고 사는 것을 좋게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구태여 결신난윤(潔身亂倫)의 이론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현대인은 이웃과 더불어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
중국 동진(東晉)의 도연명(陶淵明)은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자신이 지난날 한동안 벼슬했던 일을 뉘우치면서 “이미 지나간 것은 간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미래에는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다.(悟己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고 자기 나름대로의 출처(出處)의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람이 어떤 삶을 택하느냐 하는 것은 자유에 속하고 그 자유를 아무도 말리거나 비판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공직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가짐은 반드시 청렴결백해야하고, 공명정대해야하며, 민중의 공복(公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에 있어서 출처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근거를 분명히 하는 올바른 정신이요 자세일 것이다.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혹 본의 아니게 잘못 저지른 일이나 또는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면, 그때는 “잘못이 있을 때는 그 잘못을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過則勿憚改]”고 한 성현의 말씀을 지켜서 바로 개과선천해야 한다.
# 출전 : 『논어』, 「미자」
# 내용소개 : 정범진(전 성균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