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음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않음을 근심하며, 가난함을 근심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음을 근심한다.
- 이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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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19
이 구절은 공자가 염유라는 제자에게 말한 것으로, 집안을 다스리는 가장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 등 사회의 지도층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글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을 통치할 때에 외적인 성과주의의 추구보다 불균등한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위화감 등 소외 현상의 치유가 더 중요함을 지적한 것이다. 즉 이 글은 국민의 수나 재산의 많고 적음이 정치의 방편은 될 수 있을지라도, 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적인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것은 또한 가난함을 추구하는 것??정치의 요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가난함보다 부유함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부유함의 추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당한 방법으로 형성된 부유함이 아닐 경우이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 구조와, 정당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희망보다 절망에 친숙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대하는 경우가 증가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회적 강자에 대한 혜택이 증가하는 것과 반비례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는 약육강식의 동물적인 법칙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사회에서는 균등한 인간 관계에 의한 평화로운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공자는 이러한 사회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도자란 국민이 균등한 의식을 공유하며 각자의 역량에 맞는 일을 하면서 평화로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주제는 이와 같은 내용을 함유하고 있기에 역사적으로 균등하면서도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끊임없이 추구되었다. 따라서 이 주제는 무한한 경쟁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의 확산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춘 유능한 소수와 경쟁의 대열에서 비켜설 수밖에 없는 다수의 소외층 사이에 나타나는 갈등 구조가 팽배한 오늘날의 문제를 치유하는 면에도 여전히 의미 있게 적용될 수 있다.
[患(환) : 근심. 寡(과) : 적음.]
# 출전 :『논어』「계씨」
# 내용소개 : 이철승(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