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알려지는 사람은 겉으로는 참한 모습을 취하면서도 그 겉모습과 위배되는 행동을 한다.
- 정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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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30
자장과 스승 공자가 문답하였다.
“선비가 어떻게 해야 달(達)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네가 말하는 바의 달이란 무엇을 말하느냐?”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알리지는[聞]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알려지는 것이지 달한 것은 아니다. 무릇 달했다고 하는 것은 마음이 곧고 정의로우며, 남의 말이나 안색을 살펴서 이해하고, 언제나 양보하려는 마음을 가지니,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달하게 되는 것이다. 무릇 알려진다는 것은 겉모습은 참하게 꾸미되 그 겉모습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만, 그런 허위성을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으니,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공자는 제자 자장에게 허명(虛名)을 경계하고, 실질적이고 공손한 생활태도를 권장하고 ?獵? 그러니까 문(聞)은 헛되게 나는 명성을 뜻하고, 달(達)은 언행에 신의가 있고 겸손해서 어디서나 통(通)한다는 뜻이다. 마치 말에 충실함과 신의가 있고, 행실에 돈독함과 존경이 있으면 비록 미개인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통한다고 할 때의 통한다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알려진 명성만큼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 대다수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또는 선량하게 치장을 하고 다니지만 그 행실은 정의롭지도 못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줄도 모르고, 남에게 베풀 줄도 모르고, 양보를 하거나 관용을 베풀 줄은 더더욱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누구보다도 더 높은 특별한 자리에 있고,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알고, 누구보다도 더 젊잖고, 어디서든지 대접을 받아야 하고, 지방에서는 유지의 행세를 해야 하고, 나아가 덕망 있는 지도자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런 위선자를 논어에서는 향원(鄕愿)이라 하였다. 향원이 결코 살인 등의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공자가 그런 부류를 무척이나 증오하고 경계하였던 것은 그들이 바로 덕(德)을 어지럽히는 작용을 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놈이 바로 약한 자에게 군림하려는 자이다. 약한 자를 구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자는 바로 달야자(達也者)이다. 향원이 덕을 해친다면 문야자(聞也者)는 곧 정의를 해친다. 그래서 중국 역사에서는 색인행위(色仁行違)하고 선덕후적(先德後賊)하는 왕망(王莽) 따위를 경계하고 있다.
[聞 : 듣다, 알려지다. 色 : 얼굴빛, 외모. 違(위) : 어기다, 거스리다.]
# 출전 : 『논어』「안연」
# 내용소개 : 정범진(전 성균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