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이익과 천명과 인(仁)을 드물게 말했다.
- 최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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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08
『논어』에는 어느 하나로 단정지어 해석할 수 없는 난해한 구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위의 문장은 보통 주자의 해석에 따라 “공자는 이익[利]와 천명[命]과 인(仁)을 드물게 말했다”로 풀이한다. 즉 ‘이익’을 자주 말하면 ‘의리[義]’를 잃게 되고, 천명을 자주 말하면 하늘을 모욕하는 결과가 되며, ‘인’을 자주 말하면 실천이 미치지 못할까 걱정되어 드물게 말했다고 설명하였다. 물론 어떻게 구두를 끊어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공자가 ‘이익’을 드물게 말했다는 점이다.
유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의리’와 ‘이익’을 크게 구별하여 왔다. 물론 처음부터 이익을 배척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가경전의 하나인 『서경』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일로 정덕(正德)∙이용(利用)∙후생(厚生)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맹자』에서 의리와 이익을 상대적인 것으로 본 이래 이익은 부정적 개념으로 인식되었으며, 한대 동중서가 공리(功利)의 추구를 적극적으로 배척함으로써 부정적인 것으로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송대 도학자들은 이익을 천리(天理)의 상대적 개념인 인욕(人欲)으로 보아 대립구도를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관념은 후대로 내려오면서 인욕의 추구를 죄악시하는 배경이 되었으며, 사회가 의욕과 활력을 잃고 침체하게 되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분명 중세의 사상적 질곡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선 후기에 이르면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이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대두되는데, 중세적 관념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 경전에 대한 재해석과정에서 모색되어왔다. 성호 이익은 이익을 공리(公利)와 연결시켜 공리와 사리를 엄격히 구별하면서, 의리와 조화를 이루는 이익이야말로 공리이며, 이것을 추구하는 것은 곧 선(善)이 된다고 하였다. 즉 의리의 실현방법으로서의 공리의 추구를 말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전은 같은 구절이라도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는 매력이 있다. 각박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오늘의 세태에서 이익의 맹목적 추구보다는 의리에 부합되는지 먼저 생각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罕(한) : 드물다, 與 : ~과(연결조사), 주다.]
# 출전 : 『논어』「자한」
# 내용소개 : 최영성(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