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바람에 따라 눕게 된다.
- 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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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14
노나라 대부인 계강자가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세태가 혼란해져서 난폭한 사람이 많으니, 일벌백계하는 마음으로 한 사람을 처벌하여 백성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하였다. “백성을 교화하는 것은 임금의 바른 정치에 달려 있으니, 어찌 형벌만을 강조하는가? 그대가 선한 정치를 하면 백성들도 자연히 선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백성들은 풀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바람에 따라 엎드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말에서 ‘부국’이 한 나라의 경제력을 가리킨다면, ‘강병’은 군사력을 가리킨다. 이러한 경?┠째?군사력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국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법과 힘에 의한 강압적인 방법이 아니라 설득과 이해를 통한 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공자이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파워(Soft Power)인 것이다. 힘과 법이 하드파워(Hard Power)라고 전제했을 때, 소프트파워의 원천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침을 가진 수 만 마리의 꿀벌을 여왕벌 한 마리가 거느릴 수 있는 것은 여왕벌이 독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침이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면 그 힘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바로 포용력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말레이시아 밀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공중에 날아올라 장관을 이루는데, 놀라운 것은 처음에는 각기 자신의 리듬으로 반짝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모두 같은 리듬으로 반짝인다고 한다. 이것을 동조현상(同調現象)이라고 하는데, 공자는 바로 이러한 동조현상을 바람과 풀로 비유한 듯하다. 위정자의 솔선수범과 포용력, 바로 이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원천이 아닐까?
[偃(언)]: 쓰러지다. 넘어지다. 엎드리다.
# 출전: 『논어』「안연」
# 내용소개: 진성수(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