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인(仁)한 것이 아름다우니, 인한 곳을 택해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
- 심현섭
- 조회수10546
- 2011-05-26
이 말은 아름다움에 대한 공자(孔子)의 인식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다. 공자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인(仁)으로 전제한다. 그런데 공자는 ‘인’을 한 마디로 잘라서 알기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제자들이 물으면 “남을 사랑하는 것.”,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 등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공자가 말한 ‘인’의 내용은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말이기 때문에 만인의 추앙을 받는 공자가 이렇게 시시한 말을 했을까 사실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공자의 말은 평범함 속에 진리가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유자(有子)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 바로 효제(孝悌)라고 했다. ‘효’는 각 가정에서 실천하는 ‘인’이요, ‘제’는 각 가정의 집합체인 마을(사회)에서 실천하는 ‘인’이다. 그래서 효제를 잘 실천하면 ‘인’을 잘 실천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마을의 모습을 공자는 아름답다고 했다. 공자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공동체 속에서 ‘인’의 모습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한 마을을 택해서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공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에서 우리는 유학(儒學)의 핵심사상인 수기안인(修己安人: 자기를 먼저 수양하고 남을 편안하게 함)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다. 그 어울림 속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인’이며, 그 ‘인’이 잘 실천 되고 있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인 것이다. 요즘처럼 인한 마을을 택하여 살기가 어려운 시대도 없는 듯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모두가 폐쇄된 공동주택에서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어느 마을이 인한 마을인지를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먼저 ‘인(효제)’을 실천하여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보자.
#?袖? 『논어(論語)』「이인(里仁)」
#내용소개: 심현섭 (성균관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