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숨기고 자식은 부모를 위해서 숨기니, 정직함은 그 가운데에 있다.
- 조남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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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10
위의 내용은 정치인 섭공(葉公)과의 대화에서 공자가 했던 말이다. 섭공은 “우리 동네에서 정직한 이는 그 아비가 양을 훔치자 그를 당국에 고발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우리 동네에서 정직한 자는 그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인륜의 근본인 부자간의 기본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직당국에 고발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이 공자의 견해이다. 이처럼 자애와 효성의 가치를 높이 여기는 점은 유교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2007년 5월 26일, KBS에서는 ‘유교-2500년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스페셜 4부작(인의예지)을 방영하는 맨 처음에서 ‘효(孝)’를 강조하는 과정으로 바로 위의 내용들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것은 ‘법과 처벌’보다는 ‘인정과 도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감명을 낳게 할 수는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해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자식이기 때문에 그러한 잘못을 보더라도 효를 뒤로 할 수 없어 그저 묵인할 수밖에 없다는 비사회적 정서만 남기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정말 유교의 참모습일까? 부자관계라는 이유로 이웃집 양을 훔치는 사회적 비리는 못 본 체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것이 유교라면, 유교는 처음부터 설 자리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집단속의 이익만 강조하는 비사회적 존재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하여 유교에서는 ‘간쟁’의 논리를 중시한다. 간(諫)이란, 윗분의 잘못에 대하여 직언으로 일깨워드려서 스스로 그러한 곳에서 벗어나도록 조력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효성의 내용으로도 간쟁의 태도를 중시했다. 『논어』에서는 ‘기간(幾諫)’이라는 용어로, 또한 『효경』에서는 ‘쟁자(爭子)’라는 말로써 그 점을 나타냈다. 바로 이러한 간쟁의 역할을 주목해보면, 부모의 잘못이 자식에 의해 고발되지 않고 즉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으면서도 고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점에서 공자는 ‘정직함은 숨겨주는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전: 『논어(論語)』「자로(子路)」
#내용소개: 조남욱 (부산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