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일생을 마치도록 이름이 일컬어지지 못하는 것을 싫어한다.
- 정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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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27
‘질(疾)’이라는 말은 ‘걱정하다’ ‘싫어하다’는 뜻이다. ‘몰세(沒世)’는 ‘죽을 때까지’ ‘세상 마칠 때까지’ 또는 ‘죽은 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칭(稱)’은 ‘일컫다’ ‘칭찬하다’는 의미이다. 즉 “군자는 이 세상을 다할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칭찬하는 경우가 없다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공자가 평상시에 주장하는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 보다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말과 모순되는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구절은 일부러 명성을 구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종신토록 이름이 일컬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제로 선한 행위나 덕을 펼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나 혹은 자신의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은 시작부터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행동이나 생각의 표준이 올바른 도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만 두게 된다. 이런 사람은 결코 올바른 도리에 따르는 삶을 살지 못하고, 삶의 모든 주도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조종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인물을 과연 군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자신의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충실히 하고 선행을 말없이 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입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자기를 과시하여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심껏 행하고 소리 없이 선행을 하다보면 마치 깊은 산 무성한 수풀 속에 한 떨기의 난초가 종일토록 향기를 내는 ?稿낮?저절로 명성이 얻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하나의 명성도 이루지 못할 경우 당연히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군자는 육신을 따라 이름마저 사라져버리는 것을 크게 슬퍼하는 것이다.
#출전: 『논어(論語)』「위령공(衛靈公)」
#내용소개: 정병석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